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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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41) 하느님과의 신뢰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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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하느님의 존재를 믿고 계시 진리를 믿는 믿음도 있지만, 그러한 믿음은 아직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믿는 데에는 이르지 못한 믿음이다. 그리스도 신앙인에게 가장 높은 단계의 믿음은 살아계신 하느님과 맺는 인격적 신뢰 관계다.

인격적 신뢰 관계는 두 자유로운 인격적 주체 사이에 가능한 것으로, 시간이 갈수록 무르익고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하느님과의 인격적 신뢰 관계인 믿음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의무나 형식에 중점을 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느님을 더 잘 알게 되고 그분과 마음이 오가는 대화를 나누며 인격적 친교의 단계로 나아간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형식적인 신앙에 지쳐 신앙을 포기하기도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하느님을 다시 찾게 된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부 15,11-32 참조), 인간은 하느님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 어떻게 신뢰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하느님께 대한 막연한 가르침을 설파하는 대신, 당신께서 하느님과 맺는 관계, 아들로서의 경험으로 초대하셨다. 그것은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신뢰에 찬 자녀 된 삶으로의 초대였다.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하느님은 당신 자녀를 돌보고 보살피는 든든한 아버지시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고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으냐? […] 오늘 서 있다가도 내일이면 아궁이에 던져질 들풀까지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너희야 훨씬 더 잘 입히시지 않겠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마태 6,25-30)

또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자비로운 아버지로 만나도록 인도하셨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아버지는 가산을 탕진하고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작은아들을 나무라지 않고, 살아 돌아와 준 것에 기뻐하고 잔치를 벌이시는 자애 가득한 분이시다.

그런데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말하며 종종 잊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신뢰하고 계시다는 사실이다. 인류의 역사는 아버지의 신뢰를 저버리고 타락의 길에 들어선 인간 역사인 동시에 아버지께서 자비와 용서로 인간과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태초에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하느님의 계명을 저버리고 선악과를 따먹었다. 인간이 저지른 잘못은 금령을 어긴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금령을 주시며 인간을 향해 갖고 계신 하느님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 이처럼 죄의 바탕에는 하느님 신뢰에 대한 배신이 자리한다. 인간은 자신을 향한 하느님의 신뢰를 저버리고 타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하느님의 신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인간을 믿으셨고, 끝까지 기다려주셨다. 때가 차자 당신 아드님을 보내주시기까지 하셨다. 인간이 당신께 돌아오리라는 일말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신 것이다.

사순 시기는 무엇보다 하느님과 화해하는 시기, 하느님과의 무너진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시기다. 하느님께서는 죄인인 우리가 돌아오기를 바라시며 가장 소중한 당신 아드님마저 보내주신 분이시며, 우리를 돌보고 보살피시며, 타락한 우리가 다시 아버지 집으로 돌아오도록 두 팔 벌려 맞아주는 분이시다. 무르익어가는 사순 시기에 우리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를 깊이 깨닫고, 그 사랑에 우리가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를 인정하며 아버지께 다시 돌아가기로 다짐하면 어떨까.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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