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필립보 사도는 성 베드로 사도와 안드레아 성인과 같은 고향인 갈릴래아의 벳사이다 출신으로, 일찍이 예수님의 제자로 불렸습니다. 필립보는 성 요한 세례자의 제자인 듯하며, 공관 복음서의 사도들 명단에서 다섯 번째로 등장합니다.(마태 10,3; 마르 3,18; 루카 6,14; 사도 1,13)
그의 역할이 비교적 잘 언급된 곳은 요한 복음서입니다. 필립보는 예수님으로부터 직접 제자로 선택되었고,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와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나타나엘 성인을 그리스도께 인도했습니다.(요한 1,43-51) 예수님께서 빵 5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하시기에 앞서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라고 물으셨을 때 단순히 비용적 측면만 대답해 아직 예수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요한 6,5-7)
필립보는 과월절 축제에 온 그리스 사람 몇 명이 예수님을 뵙고자 했을 때 그들을 예수님과 이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요한 12,20-23) 그가 이러한 역할을 한 것은 이방 지역 데카폴리스와 가까운, 그리스 문화가 상당히 침투해 있었던 벳사이다 출신이어서 그리스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예수님께서 수난을 앞두시고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이미 뵌 것이다”(요한 14,6-7)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을 때 필립보는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요한 14,8)라며 예수님 뜻을 헤아리지 못한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요한 복음서 안에서 필립보는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반면, 사람들을 예수님께 인도하는 선교사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4~5세기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필립보 행전」은 그를 스테파노 성인과 함께 복음을 전한 ‘일곱 봉사자’ 가운데 같은 이름을 가진 성 필립보(6월 6일) 부제와 동일 인물로 보기도 하지만(사도 6,5; 21,8) 그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교회 전승에 따르면 필립보는 흑해 북서부 스키티아 지방에서 오랫동안 복음을 전하고 소아시아 중부 프리기아 지방으로 갔습니다.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박해 때 히에라폴리스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돌에 맞아 87세에 순교했다고 합니다. 그의 유해는 로마로 옮겨져 열두 사도 대성전에 모셔졌는데 성 소 야고보 사도와 함께 한 제대 아래 모셔지면서 같은 날 축일을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필립보는 포목업자와 모자 제조업자의 수호성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