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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람을 물으시는 분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48)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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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갖는 오해 중 하나는 신앙이 ‘바람’과 반대라는 생각이 아닐까. 신앙은 순종이며, 우리의 바람보다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바라시는 것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옳은 말이지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자녀가 하느님 아버지께 과연 기쁨일지는 의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랑하시는 당신 자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으시고, 그것이 좋은 것이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 않으실까.

각자의 신앙 여정에서 ‘바람’이라는 것에 대해 잠시 성찰하면 어떨까 한다. 나는 바란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 바람을 위해 어떻게 살고 있나?

먼저 우리가 경험하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에서 출발하자. 루카 복음 13장에는 빌라도에게 학살당한 갈릴래아 사람들, 실로암 탑이 무너져 깔려 죽은 사람들 이야기가 등장한다.(루카 13,1-5) 이는 모두 인간 실존의 우연성을 말해주는 사건들이다. 인간의 삶은 그처럼 어처구니없이 사라져가는 우연적인 존재, 무가치한 존재인가?

바람은 그렇게 경험하는 우리의 존재를 새롭게 경험하게 한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우리는 종종 자신을 우연적인 존재, 그저 왔다가 사라지는 하찮은 존재로 경험하지만, 노랫말처럼 바람은 우리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게 한다.

누군가 나를 바랄 때, 내가 누군가에게 바람의 대상일 때, 나라는 존재는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존재, 곧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된다. 소중한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 큰 슬픔과 상처로 남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 사람은 영원히 우리 곁에 존재해야 한다’고 우리는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하느님께 바람의 대상이라면 어떨까? 신앙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우리가 그저 왔다 사라지는 존재가 아닌, 하느님께서 그토록 바라셨던,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시편 저자는 노래한다.

“사람이란 그 세월 풀과 같아 들의 꽃처럼 피어나지만 바람이 그를 스치면 이내 사라져 그 있던 자리조차 알아내지 못한다. 그러나 주님의 자애는 영원에서 영원까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 위에 머무르고 그분의 의로움은 대대에 이르리라,”(시편 103,15-17)

하느님의 자애와 사랑은 우리를 소중한 존재로 변화시킨다. 주님을 믿고 그분을 사랑하는 이, 하느님의 자애로운 사랑을 받는 사람은 그분께서 그토록 바라신 존재, 그분과 영원히 함께 살아갈 존재들인 것이다.

우리 문화는 상대방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묻지 않는 문화다. 상대방이 이것을 바라려니 지레짐작하며 대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에 있을 때 영성지도 신부님께서 어느 날 물으셨다. “넌 무엇을 가장 원하니? 무얼 제일 하고 싶니?” 그때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일들, 내가 해야 할 것을 하느라 바빴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은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게 뭐가 중요한가요? 내가 해야 할 일이 중요하지요.’ 그러면서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묵혀온 나의 바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그날 이후 나의 삶은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인간이란 존재는 바라는 존재다. 나는 바랄 수 있고, 바라고 있으며, 나의 바람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내가 그런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나의 바람에 귀 기울이는 분이 계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전혀 다르게 변화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물으신다. “너는 무얼 바라니?” 이제 각자 그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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