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에 녹슬어 부러진 십자가는
그냥 지나가지 않는 세월의 무게를 전하는데,
가릴 것 하나 없는 불타는 광야에 심어진
작은 올리브나무들은 오늘도 푸르게 자란다.
올리브나무는 땅속의 뿌리 하나하나가
지상의 가지와 핏줄처럼 이어져 있어,
실뿌리 하나라도 물기를 찾으면 온 힘으로
자양을 빨아올리며 그 오랜 세월을 살아낸다.
자신의 자리에 한 번 뿌리 내린 올리브나무는
아무리 작아도 시간이 희망이다.
글·사진 _ 박노해 가스파르
※ 위 사진 작품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02-379-1975)에서 8월 25일까지 열리는 사진전 ‘올리브나무 아래’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