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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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용서하고 새롭게 출발하자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82) 용서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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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시 ‘괜찮아’를 읽으며, ‘괜찮아’라는 말이 이 시대에 위로가 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 희망이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에게 진정 희망이 되는 말은 어떤 것일까?

얼마 전 다큐멘터리에서 프랑스 고래 전문가의 인터뷰 장면을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그는 고래의 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나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고래 사냥으로 인해 고래가 인간으로부터 큰 피해를 보았지만, 고래는 결코 인간에게 원한을 품고 보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은 앙심을 품고 받은 대로 되갚아주려고 하지만, 고래는 그렇지 않다. 보복하지 않음으로써 폭력과 미움의 악순환을 끊어버리는 지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고래에게서 배울 수 있는 희망이 되는 말로 ‘용서를 청합니다’가 어떨까 한다.

우리는 연약하고 상처 입기 쉬운 존재이기에 서로 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왔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다고 자신할 만큼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돌아보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와 괴로움을 주며 살아왔음을 인정하게 된다. 누군가로 인해 여러 상처를 입은 나이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왔다. 그로 인해 미움과 분노가 마음을 사로잡고 서로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이 모든 걸 멈추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용서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용서는 불완전하다. 용서된 것 같아도 마음속에서 상처와 분노가 되살아난다. 그렇기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라고 하셨다. 하느님께서만 진정으로 용서하실 수 있고,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미사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참회의 예절이다. 모든 이가 사제의 주송에 따라 함께 기도한다.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죄를 많이 지었으며? 저의 큰 탓이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죄를 용서하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소서.”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자기 죄를 고백하고, 자기 탓을 인정하며 용서를 청하는 공동체야말로 희망을 가진 공동체가 아닐까.

사실 용서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상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치유되기까지, 상처가 아물 때까지. 그때까지 필요한 시간을 지내는 방법은 상대의 아픔을 헤아리고, 고통을 함께 나누며, 용서를 청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 마음이 풀려 열릴 때까지.

새로운 한 해를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새해에는 지난해의 묵은 감정과 상처를 뒤로하고, 서로 용서하며 새롭게 출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로 인해 남았을 누군가의 마음속 상처와 서운함을 헤아리며 보속과 속죄로 겸손되이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동안 우리가 알게 모르게 낸 상처들, 그로 인한 아픔 괴로움 헤아리며 용서를 청합니다. 미안합니다. 제 탓입니다. 부디 주님께서 위로해주시고 치유해 주시고 상처를 아물게 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그때까지 무릎 꿇고 사죄하며 용서를 청합니다.”

여기에 ‘애도’를 덧붙이고자 한다. ‘애도’는 상처 입은 우리를 서로 이어주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소중한 행위다. 부디 비상계엄과 여객기 참사로 인해 상처 입고 고통받는 분들의 마음이 주님의 위로를 통해 치유받고 힘을 회복하여 용기 내어 일어설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기도했으면 좋겠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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