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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까지 이기는 불멸의 사랑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94) 성주간의 희망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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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맞으며 사순 시기는 절정에 다다른다. 사순 시기는 회개·보속·절제·금욕·자선으로 대변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순례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순의 끝자락에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향한 주님 사랑과 자비가 희망이라고.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 참조)에서 작은 아들이 되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께서 자신을 품팔이꾼으로라도 받아주실 거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희망은 한없이 베풀어 흘러넘치는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에 근거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에서 희망을 발견했고, 그 사랑 안에서 아버지의 아들로 새로 태어날 수 있었다.

교회는 성주간, 특히 성삼일을 걸으며 희망의 순례길을 지속한다. 예수님께서 걸으신 길을 끝까지 걸어가며, 우리는 그분의 죽음이 우연한 사고가 아닌 그분께서 세상에 오신 이유를 집약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인간의 불쌍한 처지를 당신 것으로 하는 자비이며,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까지 내어주는 사랑이다.

예수님께서 가신 마지막 길은 절망에 빠진 인류와 함께 찾아가는 희망의 길이었다. 굽이굽이 남겨놓으신 자비와 사랑의 징표를 따라 걷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분 자비와 사랑에 젖어 감격에 빠질 것이며, 바로 거기서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성삼일 전례는 그런 의미에서 특별히 다가온다. 성목요일 성유 축성 미사 때 축성되는 기름은 2000년 전 예수님께서 병자들, 소외된 이들, 죽어가는 이들을 만나시며 그들을 치유하고 구원해주신 사건을 오늘 교회의 성사를 통해 재현하도록 한다. 성유들은 주님의 사랑이 치유하고 거룩하게 하며 새로 태어나게 하는 사랑임을 일깨운다.

주님 만찬 미사에서 ‘발 씻김 예식’은 그분의 사랑이 자신을 낮추고 가장 미소한 이의 모습으로 벗에게 봉사하고 시중드는 사랑임을 표현한다. 만찬 미사 때 봉헌되고 축성되는 빵과 포도주는 돌아가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 함께하는 만찬에서 보여주신, 벗을 살리고 생명을 주기 위해 당신의 살과 피, 곧 당신의 전부를 내어주신 극진한 사랑을 나타낸다. 수난 감실 성체조배에서는 죽음 앞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인간과 함께 번민하시는 주님 사랑을 묵상한다.

성 금요일 십자가의 길과 수난 예절은 온갖 모욕과 조롱, 폭력과 상처, 극도의 고통과 외로움도 마다하지 않고, 심지어 죽음까지 당신 것으로 받아들이시며, 마지막 숨까지 내어주시며 우리를 위해 모든 것, 당신 목숨까지 내어주신 극진한 사랑을 재현한다.

부활 성야와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는 인간을 살리기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사랑, 극심한 고통과 죽음까지 감싸안은 사랑이 이 죽음과 절망까지도 뚫고 일어서는 불멸의 사랑을 만난다. 안식일 다음 날, 천지창조의 첫날 눈앞에 나타난 그 사랑은 사람을 새롭게 태어나며 세상 모든 만물을 다시 창조해내는 사랑이다. 겁에 질리고 절망에 빠진 제자들이 문을 박차고 나와 그분의 삶을 증언하게 하는 강한 사랑이다. 그 사랑만이 인간을 살리고 구원한다. 인간을 옭아매는 죄와 악, 병고와 죽음, 증오와 시기, 두려움과 공포는 벗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사랑 앞에서 힘을 잃기 때문이다.

이번 성주간, 특별히 성삼일을 지내며 우리를 위해 먼저 그 길을 걸어가신 예수님의 마음, 자비와 사랑을 만날 수 있다면, 부활 아침 이렇게 말하며 부활을 축하할 수 있을 것이다. “주님의 사랑과 자비가 희망입니다.”



한민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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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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