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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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득 신부의 프란치스코의 향기] 두 프란치스코가 가리킨 신앙의 본질

(15) 해석 없이(Sine Glossa) 이해하며 복음을 살아가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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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형제들의 수도규칙 1장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작은 형제들의 수도규칙과 생활은 이러합니다. 즉 순종 안에, 소유 없이, 정결 안에 살면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복음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복잡한 법적 해석이나 철학적 정교화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예수의 단순하고 가난한 발자취를 삶 전체로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1209년 프란치스코와 초기 동료 형제들이 복음서의 말씀을 “몇 마디 말로 단순하게 기록하여” 교황의 인준을 받았습니다. 이후 1221년에는 초기 형제들의 12년간의 삶의 경험과 지혜를 녹여 1209년 인준된 복음적 삶의 양식을 수도규칙의 형태로 작성하였고, 그 안에는 복음을 있는 그대로 살아가려는 형제들의 이상과 경험이 풍성한 묵상 및 복음 구절과 함께 녹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규칙은 교회의 확인을 받지 않았습니다. 2년 후인 1223년에는 1221년의 ‘인준받지 않은 수도규칙’이 교회의 기준에 맞추어 단순 명료하게 정리되면서도 법적인 성격이 강화된, 또한 교회 확인을 받은 ‘인준받은 수도규칙’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렇게 1209년 “몇 마디 말로 단순하게 기록”되었던 프란치스코의 “복음 실행”이라는 삶의 계획이 교회와 형제회의 공식 문서로 완성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임종 직전 유언을 통해 바로 이 수도규칙을 해석 없이(Sine Glossa) 단순하고 순수하게 이해하며 끝까지 실행하기를 형제들에게 간청했습니다. 복음적 단순함과 순수한 복음 실행의 삶에서 멀어지지 말라는 성인의 간곡한 부탁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현대 교회를 향해 동일한 본질적 쇄신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복음의 기쁨」의 서두에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결코 거창한 윤리적 선택이나 추상적인 이념의 수용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의 구체적인 인격적 만남이라고 단언했고, 이 만남이 우리 삶에 온전한 지평과 확실한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합니다.

복음화의 목적은 신앙인에게 어떤 무겁고 두려운 규칙의 짐을 지우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복음화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선하심이라는 기쁜 소식, 그 가장 아름다운 가치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교황은 외형적 조직 관리나 학문적 지적 오만에 갇혀 자기도취에 빠지는 영적 세속주의와 신펠라기우스주의적 경향을 경계했으며, 교회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안락한 제도 안에서 안주하며 길을 잃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두 프란치스코가 고백하는 복음적 삶은 어둡고 무거운 의무의 연속이 아닙니다. 복음의 기쁨은 주님 말씀에 단순하게 순종하며 다른 이들과 사랑의 형제적 친교를 나눌 때 비로소 우리 내면에서 무한히 솟구치는 생명력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앙인이란 고통스러운 의무를 기계적으로 요구하는 엄격한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 마련해주신 아름다운 지평을 나누며 기쁨을 전파하는 사람이라고 일깨웠습니다. 또 교회는 힘겨운 개종 강요가 아니라, 복음적 삶이 지닌 거부할 수 없는 고유한 ‘매력’을 통해 성장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성령이 나를 통하여 활동하도록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는 ‘쓸모없는 종’의 겸손한 태도를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말씀을 자기 편의대로 가공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해석 없이” 복음의 기쁨을 몸소 실천하는 삶이야말로 세상을 정화하는 빛이라는 것이 두 프란치스코가 주는 교훈입니다. 두 프란치스코의 모범을 따라 우리도 일상의 구체적인 자리에서 자비와 온유함을 실천하며 그렇게 복음을 우선하여 살아가는 기쁜 여정을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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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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