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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프란치스코의 노래

[김일득 신부의 프란치스코의 향기] (16)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 공동의 집(Oikos)을 향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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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라노 대성전 맞은편 프란치스코 성상.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생애 마지막 무렵, 실명에 가까운 눈병과 극심한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노래인 「태양 형제의 노래」를 남겼습니다. 성인은 눈앞의 암흑 속에서도 영혼의 눈으로 태양과 달, 밤하늘의 별, 바람, 불과 물, 그리고 온갖 생명을 품어 기르는 대지를 형제요 누이로 노래했습니다. 특히 만물의 모태가 되는 지구(땅)를 ‘우리를 기르고 보살피는 어머니’라 부르며 하느님께 찬미를 올렸습니다. 성인에게 피조물은 인간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지배하고 착취해야 할 소비재가 아니었습니다. 우주 만물은 삼위일체 하느님이라는 영원한 생명의 심연으로부터 흘러나온 거룩한 가족이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무상으로 생명을 건네주는 상호의존의 공동체였습니다.

이러한 성인의 통찰은 만물을 다스리는 전통적인 ‘지배 모델’은 물론, 창조계를 합리적으로 관리한다는 ‘청지기 모델’도 훌쩍 뛰어넘는 도약이었습니다. 자연을 정복 대상으로 보는 지배 모델은 무자비한 기술만능주의와 결탁하기 쉽고, 창조계를 대신 돌본다는 청지기 모델조차 인간 중심주의의 한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반면 성 프란치스코가 제시한 ‘가족(Kinship) 모델’은 우주적 형제애를 토대로 만물을 형제자매로 끌어안습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찬가 구절인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제목으로 지구 생태계의 위기를 다룬 기념비적인 회칙을 온 세상에 반포했습니다. 교황은 회칙을 통해 우리의 누이이자 어머니인 지구가 바로 우리의 ‘공동의 집(Oikos)’이라고 선포했습니다. 아울러 기후위기와 무분별한 환경오염, 생물 다양성의 급격한 붕괴로 인해 신음하는 피조물의 비극적 실상을 낱낱이 고발했습니다. 창세기의 ‘정복하고 다스리라’라는 말씀을 왜곡하여 창조계에 대한 폭력적 지배를 정당화해 온 과거 그리스도교의 과오를 고백하며, 만물과 형제자매의 인연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파멸로 치닫는 지구를 구할 생태적 해법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집을 뜻하는 ‘오이코스(Oikos)’라는 단어는 경제(Economy)와 생태(Ecology)라는 두 단어가 공유하는 어원적 뿌리입니다. 교황은 오늘날의 경제 위기와 생태 위기가 분리된 두 위기가 아니라 모두 우리 ‘집’에 관한 같은 위기임을 분명히 합니다. 두 위기는 하느님이 주신 공동의 집 및 그 구성원들과 맺어야 할 거룩한 관계성을 거부한 잘못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된 비극입니다. 단기 이윤만을 절대화하는 현대의 기술지배주의 패러다임과 끝없는 소비주의는 지구의 생명 자원을 고갈시킬 뿐만 아니라,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이웃들을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아 희생시킵니다. 따라서 이 복합적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한 소비를 부추기는 맹목적 삶의 방식을 멈추고, 모든 피조물이 지닌 고유한 본래적 가치를 겸허히 인정하는 전환과 근원적인 생태적 회심이 절실합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통합생태론의 길을 제시합니다. 창조계가 황폐해질 때 가장 깊은 고통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은 언제나 실존의 변두리에 서 있는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청빈과 겸손은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 소유이기에 내가 사유화하고 지배할 수 없다는 참된 가난 실천의 결과였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의 모든 존재와 더불어 형제적 유대를 온전히 회복할 때, 비로소 창조계를 향한 진정한 돌봄과 온기 어린 연민이 피어납니다. 그때 비로소 인간의 잘못으로 균열이 간 ‘공동의 집’을 참된 평화와 생명의 보금자리로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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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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