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림 작가로서 지난 9월 발간한 그림책 「작은 이가 평화를 전합니다」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친구들이 성인에게서 체험한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그중 첫 에피소드는 성인이 산 다미아노 성당 십자가 앞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야기입니다.
“가서 나의 집을 고쳐라.” 처음 하느님의 이 음성을 들었을 때 성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성인은 이 말씀을 눈앞의 낡고 무너져가는 산 다미아노 성당을 고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직접 돌을 나르며 고쳤다고 하지요. 하지만 이내 영적인 뜻, 사치와 부패로 타락한 교회와 신앙 공동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라는 뜻임을 깨달았습니다. 성인은 음성을 듣고 곧장 행동했습니다. 문장 그대로 이해했을 때도, 영적인 의미를 이해했을 때도 말입니다. 성인은 어떻게 두려움 없이 행동할 수 있었을까요?
처음 성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을 맡아 흰 화면 앞에 앉았을 때, 저는 막막하고 두려웠습니다. 잘하고 싶어서 말이죠. 우리는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하느님께 탈렌트를 받았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 탈렌트로 하느님의 일을 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도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구는 주인의 뜻대로 움직이면 될 뿐입니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도구가 스스로 주인이 되려 하면 어떨까요? 아마도 하느님께 의탁하지 않고 자기 힘만으로 ‘잘하려고’ 애쓰겠지요. 하느님의 일에 쓰이는 도구가 아닌, 내가 주인이 되어 혼자의 힘으로 창작하려 했던 교만함이 있었기에 두려움이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 첫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성인 역시 하느님의 도구가 되기를 늘 기도했습니다.
성경에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하느님 말씀을 여러 차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인도 이러한 성경 말씀을 마음 깊이 간직하셨겠지요. “가서 나의 집을 고쳐라.” 이 단순한 부르심에 응답한 성인은 하느님의 도구가 되어 한센인과 가난한 이들을 하느님의 사랑으로 돌보며 20년 동안 하느님의 뜻에 순종했습니다. 그렇기에 하느님께서는 그의 마음을 변화시키셨으며, 그를 사람들과 모든 피조물에 평화를 전하는 ‘평화의 전달자’로 만들어 주셨지요.
말라리아 후유증, 영양실조, 실명에 가깝게 만든 눈병, 오상까지.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성인은 지금 필요한 일을 시작하고 가능한 일을 행함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삶에서 끝없이 새로운 일을 마주해야 하고 그때마다 두려워하겠지요. 그때마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 평화의 도구가 되어 담대하게 순종하며 행동했던 프란치스코 성인을 묵상하며 마음을 다잡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일을 행하는 도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