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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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작가의 프란치스코의 향기] (23)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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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다원 작가


여행은 참 설레는 일입니다. 밤잠을 설치며 빠진 준비물이 없는지 확인의 확인을 거듭하게 되죠. 다시 돌아올 며칠간의 여행이라도 얼마나 가져갈 것이 많은지 모릅니다. 하물며 아주 오래 또는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날 때는 얼마나 준비할 게 많을까요?

「작은 이가 평화를 전합니다」의 세 번째, 네 번째 에피소드는 프란치스코 성인을 따라나서는 두 형제의 이야기입니다. 공동체의 첫 번째 형제인 퀸타발레의 베르나르도 형제와 프란치스코 성인 생의 마지막을 지켰던 레오 형제가 처음 성인을 따르기로 결심하는 이야기죠.

부유했던 베르나르도 형제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범에 매료되어 성인을 저녁 식사에 초대합니다. 그 자리에서 성인은 자신이 겪었던 고민과 아픔, 깨달음 그리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야기를 들은 베르나르도 형제는 눈물을 흘리며 그저 그 경험이 좋았고 자유를 느꼈다고 말합니다. 성인처럼 살고 싶다는 열망이 마음속에 불타올랐죠. 그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고 싶었고 다음날 성인은 베르나르도와 함께 성당으로 가 성경을 세 번 펼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의 구절이 차례로 나타났습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어라.”(마태 19,21)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루카 9,3)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한편 레오 형제는 그저 성인과 형제들의 공동체를 멀찍이 서서 지켜보기만 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처음에 그는 한센인들과 함께하는 이 공동체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그들을 이끄는 프란치스코가 가장 이상한 사람이라고 여겼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을 바라보는 레오의 마음은 점점 사랑으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지켜보기만 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마침내 프란치스코 성인이 레오 형제에게 따뜻한 평화의 인사를 건넸을 때, 마음이 완전히 녹아내린 레오 형제는 공동체에 합류하기로 결심합니다.

성인을 따라나선 두 형제의 모습은 매우 단순하고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들은 복잡한 준비물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좋았고 마음이 녹아내렸으며 불타올랐고 마침내 성인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가짐 하나를 챙겨서 길을 나섭니다. 이제 다시 저의 여행을 돌아봅니다. 너무 많은 정보와 가득 짊어진 준비물의 무게가 견디기 어려워 삶이라는 긴 여행의 본질을 잊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몸과 마음이 무거워 힘이 들면 그 어떤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겠지요.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잡동사니가 한가득 쌓여있는 책상과 같은 제 마음 안에서, 비워낼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무엇인지 묵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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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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