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대 총선에서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이 75명(전체 299명의 25.08) 당선됐다. 본보는 당선자들의 소감과 포부를 들어보고, 이들이 의정활동을 통해 그리스도교 이념을 실천하도록 격려하는 취지로 `18대 총선 당선자에게 듣는다`를 싣는다.
-------------------------------------------------------------------------
통합민주당 이미경(마리아, 57, 서울대교구 수색본당) 의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1999년 국군의 동티모르 파병 동의안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장. 한나라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을 의식한 결정이라며 반대 당론을 정하고, 표결 직전에 소속 의원들을 모두 퇴장시켰다.
하지만 민주당이었다가 합당으로 한나라당 소속이 된 이미경 의원은 홀로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텅빈 한나라당석 가운데서 홀로 외롭게 서 있는(찬성 표시) 그의 사진이 한동안 화제가 됐다. 당론을 버리고 소신을 선택한 이 의원은 그 일로 인해 당에서 쫓겨났다.
"동티모르는 독립투쟁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과 테러를 당한 약소국입니다. 우리 국군이 유엔평화유지군 일원으로 가서 민간인 살상을 막고, 민주적 선거를 치르도록 돕는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죠. 그런 문제는 당론보다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 이미경 의원
|
# 소신 있는 4선 의원
서울 은평갑 당선자(4선) 이 의원은 "18대 국회에 들어가는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지난 정권에서 국민, 특히 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을 반성합니다. 다시 야당이 됐습니다. 통합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많이 만들고, 경부대운하 건설은 분명히 반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렵게 조성한 남북 화해 분위기는 어떻게든 이어가야 합니다. 한나라당 정책과 많이 다를 거예요."
이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재개발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사업 완료 후) 재정착률은 10 미만"이라며 "등원하면 서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재개발이 되도록 관련법을 고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운동과 여성운동으로 잔뼈가 굵었다. 이화여대 영문과 재학 시절, 방직공장에서 한 달간 일하면서 단무지 하나로 밥을 먹고, 잠 안 오는 약을 먹어가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 근로자들을 보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정했다.
그는 "여성들이 사회와 역사에 대한 아무런 인식 없이 그저 시집가기 위한 과정쯤으로 대학을 다니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라며 "누구의 부인으로 살기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고 싶어 그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재야운동권에 그에 관한 화제가 많이 남아 있다.
여성단체에서 일할 때 가두시위를 하다 마포경찰서에 구금되자, 시어머니(김옥은, 83)가 달려와 "내 며느리가 무얼 잘못해서 감옥에 집어넣었느냐"고 경찰관들에게 호통을 쳤다. 그 광경을 본 후배들은 "이 선배는 시어머니 잘 만나서 좋겠다"며 부러워했다.
시어머니 김씨는 "고등교육을 받은 여자는 밖에 나가 일해야 나라가 발전한다"며 부엌 살림을 접수(?)하고 며느리를 등 떠밀어 세상으로 내보냈다. 시어머니는 지금도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 노 대통령 앞에서 읊은 `평화의 기도`
또 2004년 이라크 추가 파병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 그의 파병 반대 소신은 당론에 밀리고 있었다. 그때 딸 나래씨가 "엄마는 뭐하러 국회의원 해?"라고 한 질책이 가슴을 후벼팠다고 한다. 그래서 청와대에 들어가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을 읊으며 파병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1995년 남편(이창식 사도요한)과 함께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한 그는 "신앙생활과 의정활동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구분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미사 때마다 주님의 평화와 사랑, 생명, 그리고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듣잖아요. 신자이자 국민의 심부름꾼이기 때문에 그러한 정신을 실천해야 할 책임이 더 큽니다."
그는 "특히 인권ㆍ생명ㆍ환경문제는 개인적으로도 가장 큰 관심사"라며 "의정활동 중에 힘들거나 용기를 잃을 때마다 신앙을 통해 다시 다짐하고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가톨릭청소년회 이사로도 봉사하고 있다. 수색본당 관계자는 "국회의원이라 바쁠텐데도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신앙생활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귀띔했다.
두 딸의 어머니인 이 의원은 "평범한 아줌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또박또박 걸어 내 자식들이 따라 걸어도 괜찮은 길을 만들고 싶다"고 18대 국회에 등원하는 포부를 밝혔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큰 족적을 남긴 조영래(90년 작고) 인권변호사가 그의 형부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