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장애인 복지 황무지에 재활의 꽃을 심다
한국 카리타스(위원장 안명옥 주교)와 평화신문은 5일부터 일주일간 방글라데시 디나즈푸르(Dinajpur) 지역을 다녀왔다. 이곳은 한국 카리타스가 빈곤 여성과 자녀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또 장애인 통합지원 프로그램 등 집중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한국 카리타스 이창준 총무 신부와 국제협력담당 고정현(스텔라)씨, 해외원조심의소위원회 전문위원 김준엽(요한,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 카리타스 해외원조 후원회원 4명은 지원 사업에 대한 현지 실사를 벌였다. 방문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역민들을 만나며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 교회가 이들을 위한 지원을 더욱 활발히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방문자들이 체험한 방글라데시의 빈곤 현주소와 한국 교회 집중지원 사업평가 현장을 소개한다.
인구 10 장애인 그 중 70 문맹, 복지 전무한 상태
지체장애인 알리씨, 지원받아 비료 판매로 자활성공
지원사업 덕분에 장애인 교육 실질적 자활 도와 결실
▶ `방글라데시`라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를 꼽으라면 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나라.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1604명/㎢), 평균 고도가 해발 9m에도 미치지 못해 매년 우기 때면 국토 80가 물에 잠기는 나라. 사이클론으로 해마다 엄청난 피해를 입는, `신에게 버림받은 땅`이라 일컬어지는 곳.
한편 일찍이 시인 타고르가 `벵골만의 황금`이라 노래한 나라. 세계 최빈국 중 하나지만 `행복지수`는 가장 높다는 `이상한` 나라. 내가 아는 방글라데시는 고작 그뿐이었다.
늦은 밤 방글라데시 다카공항에 발을 내딛자마자 출구에 둘러친 철창 사이로 무수한 걸인들이 보였다. 산발머리의 앳된 소녀가 갓난애를 업고 애처롭게 동전 한 닢을 구걸하는가 하면, 땟국이 줄줄 흐르는 소년이 먹을 것을 달라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키며 차창을 부서져라 두들겨댄다.
방문 목적지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Dhaka)에서 북서쪽으로 411㎞ 떨어진 디나즈푸르 교구. 후발대로 온 기자와 후원회원 일행은 지난 1일 먼저 현지에 와 있는 한국 카리타스 사업평가단과 디나즈푸르에서 합류하기로 돼 있었다. 차로 7시간 정도 걸리는 먼 곳이라 다카에서 자고 다음 날(6일) 아침 일찍 출발했다.
방글라데시 카리타스 본부가 제공한 승합차를 타고 길을 나선 우리 일행은 다카 시내에서부터 줄곧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창 밖에는 수많은 인파와 자동차, 릭샤(Rickshaw, 삼륜 자전거를 개조한 인력거 형태의 탈것)가 뒤엉켜 요란한 소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차선을 무시하고 연신 경적을 울리며 달리는 차, 버스 지붕 위에 올라탄 사람들, 자동차 사이로 곡예하며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 고층 건물은 고사하고 그나마 있는 건물들도 군데군데 벽이 부서지고 페인트가 벗겨져 폐허처럼 허름하기 짝이 없다.
차가 도중에 서면 구걸하는 어린아이나 여인들이 창문을 들여다보며 두들겨댔다. 공항에서 미처 환전을 하지 못해 줄 돈도 없는 처지라 무척 부담스러웠다.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풍경들이었다.
시내를 벗어나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흡사 한국의 농촌과 별 다를 바 없는 정겨운 모습이다. 소를 몰아 논을 갈고 허리를 숙여 모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은 1960년대 쯤 우리나라 시골 풍경과 흡사하다. 갖가지 나무와 농작물로 수놓인 평야는 솜씨 좋은 퀼트 작품 같다.
도중에 차가 고장이 나 지체한 때문에 날은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한국 카리타스 사업평가단과 합류한 일행은 그나마 시설이 좋은 편에 속하는 디나즈푸르 카리타스 본부 손님 숙소(게스트 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천장에는 낡은 선풍기가 달려있고, 바닥은 아무 것도 깔지 않은 시멘트 바닥이다. 수시로 정전이 되는 탓에 탁자 위에 양초와 성냥이 준비돼 있었다. 방글라데시에서 공식 일정 첫날은 그렇게 흘렀다.
▶ 장애인 통합지원 사업 수혜자들 만나다
이틀째 날(7일), 디나즈푸르 지역 카리타스 본부에서 차로 1시간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단주리(Dhanjuri) 지역. 한국 교회 도움으로 `장애인 통합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그 현장이다.
장애인 통합지원 프로그램 담당 비노이 로드리게스(Binoy Luke Rodrigues, 36)씨는 방글라데시 전체 인구의 약 10 즉, 1400만 명 정도가 장애인이며 그중 약 70가 완전 문맹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약 1 정도만 지원을 받는 실정이라고 했다. 비장애인도 먹고 살기 힘든 실정에서 장애인을 위한 복지는 거의 전무한 상태라는 것이다.
모스토파 알리(Mosthofa Ali, 45)씨 집을 방문했다. 왼쪽 팔과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지체장애인. 아내와 두 아들,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삼륜자전거에 몸을 의지한 채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오른손으로 바퀴를 돌려 비료포대를 나르고 있었다.
18살 때 열병을 앓아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조금도 거동을 할 수 없던 알리씨. 디나즈푸르 지역 카리타스는 지난 2005년 1월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credit, 무담보 소액 대출)를 통해 그에게 7000타카(Taka, 약 15만원)를 신용대출해 주고, 4500타카(약 9만6200원) 상당의 삼륜자전거를 지원했다. 삼륜자전거를 타고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게 된 알리씨는 대출 받은 돈으로 비료 판매를 시작했다.
"전에는 구걸로 겨우 연명하거나 굶어야 했는데 이제는 하루 150~200타카를 벌어 우리 가족이 매일 두 끼 이상 먹을 수 있고 옷도 살 수 있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알리씨는 하루 빨리 돈을 모아 대출 받은 돈을 꼭 갚겠다고 약속했다.
"여러분은 우리 가족에게 희망을 주셨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또 다른 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장애인들이 모여 있었다. 한국 방문단 일정에 맞춰 지역 카리타스 사무소에서 모임을 마련한 것.
밀찬(Milchan)씨.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시각 장애인. 그는 지역 카리타스에서 신용대출 받은 1만5000타카로 젖소 두 마리를 구입해 기르고 있다. 지금 팔아도 1만9000타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기르고 있는 베검(Hachna Begum, 28, 여)씨.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일을 할 수 없던 그녀 역시 소액대출(6000타카)을 받아 `릭샤`를 구입했다. 그녀는 "릭샤를 친척에게 빌려주고 하루 20타카의 임대료를 받는다"며 "수입이 생겨 아기와 함께 먹고 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하비블 아슬란(Habibul Aslan)은 지역 카리타스에서 학비와 교재구입비를 지원해준 덕분에 학교에 다니고 있다. 아슬란은 태어날 때부터 왼쪽 발목관절이 안쪽으로 휘어 있어 걸을 수 없었으나 소아마비 장애인을 위해 제작된 특수 신발과 목발도 지원받아 혼자서 학교에 다닐 수 있다. 디나즈푸르 카리타스는 아슬란의 발목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무료로 수술해 줄 계획이다.
로드리게스씨는 모두 한국 교회 지원 덕분이라고 했다.
"장애인은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더욱 소외된 이들입니다. 그러나 아직 방글라데시에는 장애인 복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습니다. 한국 교회 지원으로 이뤄진 장애인 통합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방글라데시 장애인들을 교육하고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실질적 자활을 도울 수 있게 됐습니다."
디나즈푸르=서영호 기자 amotu@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