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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법규'' 눈 뜨고 지켜봐야

교황청 생명학술원장 리노 피지켈라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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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 죽음의 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합니다. 신자들은 생명과 관련된 법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켜지는지 똑똑히 지켜볼 의무가 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개원식 참석차 4월 27일 한국을 찾은 교황청 생명학술원장 리노 피지켈라 대주교는 "한번 제정된 법은 사람들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사고방식은 행동을 변화시킨다"면서 생명 관련 법규들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해 교황청 생명학술원장으로 임명된 피지켈라 대주교는 1976년 사제품을 받고 1980년 로마 그레고리오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 주교품(로마교구 보좌주교)을 받고 현재 교황청 라테라노대학 총장을 겸임하면서 교황청 신앙교리성ㆍ시성성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진리의 길」 「신앙, 의미에 대한 응답」 등 다수의 책을 펴낸 피지켈라 대주교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까지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로는 현재의 의학적 난제들을 풀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반면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200여 가지가 넘는 병에 대해 좋은 임상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윤리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문제가 많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마땅히 지양돼야 합니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생명의 시작(태어남)과 관련된 생명 현안으로 낙태와 배아 연구를 꼽은 데 이어 생명의 마지막(죽음)과 관련된 것으로는 이른바 안락사 문제를 들었다. 대주교는 "죽음에 대한 이해는 인간이 자신의 죽음마저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자유주의적 입장과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만큼은 인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전통적 입장으로 나뉜다"며 고통과 죽음에 대한 그리스도교 가르침을 상기시켰다. 물론 안락사는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죽음까지도 마음대로 하겠다는, 이른바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은 피해야 할 악에 불과합니다. 고통과 죽음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기에 고통 없는 죽음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는 고통 역시 하느님께서 주신 것으로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하느님께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과학 자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비윤리적으로 이용될 때 인간을 노예화시킨다"고 지적하고, 특별히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교회는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대주교의 생각이다. 대주교는 "현대인들은 삶의 궁극적 의미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선 인간 존엄성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생명운동이 활발한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생명문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전문 교육기관(가톨릭대 생명대학원)까지 세운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뭅니다. 생명수호에 대한 한국교회의 의지와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 해줍니다."

 이탈리아 국회 담당 주교로 활동하고 있는 피지켈라 대주교는 정치인들에게 가톨릭신자로서 정체성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신자라면 어떤 자리에서도 교회 가르침에 따라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 신자들에게는 신자답게 정치 활동을 못하는 정치인들을 지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소리가 작아 잘 안 들릴 수도 있겠지만 교회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쉬지 말고 선포해야 합니다. 신자 여러분께는 생명과 삶을 사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기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피지켈라 대주교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방문과 정진석 추기경 예방,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특강, 서울성모병원 개원식 참석 및 개원기념 국제학술대회 연설 등 일정을 마치고 1일 귀국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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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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