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새벽, 피곤한 눈을 비비고 도착한 우라카시라성당에서 가장 마음에 파고든 말은 주님의 기도 한 구절이었다.
일본의 작은 섬, 고토에서 미사를 봉헌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묵주와 어두운 색의 가방을 들고 올라가는 구부정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한국의 주일 풍경을 본다. 일본 할머니를 따라 올라갔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남녀가 나눠 앉아 미사를 봉헌한다. 그 사실을 간과한 채 남성 신자를 따라 앉았다가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미사보도 빼놓지 않는다. 어르신들 사이에 젊은이와 어린이가 간혹 보였다. 신발을 벗어야 하는 성당 내부는 너무 춥다. 발이 시려 몇 번을 꼼지락거렸다. 시린 발때문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는데 어느새 평화의 인사를 나눈다. ‘평화를 빕니다.’
일본 교우들과 서로의 평화를 비니 마음이 새롭다. 저희가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 저희를 용서하시는 하느님. 용서하기 싫은 누군가를 처음으로 용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토섬의 바닷물은 ‘쪽빛’이라는 말이 맞다. 그 쪽빛 바다 위에 지어진 성당들은 하나같이 아름답다. 크리스마스에는 모든 성당이 전구를 달아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데, 바다에 비춰지는 성당을 보고 지역주민들이 찾아오곤 한다고 했다.
이곳은 고토의 또 다른 얼굴 시모고토(下五島)다. 많은 성당들 가운데 가장 먼저 도착한 에가미 천주당은 2008년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성당이다. 일본풍으로 지어진 성당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곳이다. 성 요셉을 주보성인으로 모시는 이 성당에는 일본에 가톨릭을 전한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상이 놓여 있다.
작은 수상택시로 바다를 헤치고 도착한 곳은 구 고린성당. 고토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답게 외관이 몹시 낡았다. 이 성당은 1881년 세워진 하와마키성당을 새로 지을 때 옮겨진 것인데, 나가사키현의 목조성당으로서는 오우라 천주당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됐다.
로우야노사코 순교기념성당은 순교의 얼이 배인 곳이다. 이곳 신자들이 사청제도(모든 주민이 불교사원에 소속되는 제도)를 거부하고 신앙을 밝혔기 때문에 심한 키리시탄 탄압을 받았다. 20㎡의 감옥에서 유아부터 노인까지 200여 명이 고문을 받아 42명이 순교했다고 하니 탄압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성당 앞에는 감옥터와 비석, 납골당 등이 남아 있다.
고토의 키리시탄 수난 자료관으로 쓰고 있는 도자키 천주당과 엄숙하고 아름다운 미즈노우라성당, 벽화가 아름다운 미이라쿠성당도 고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당들이다.
다섯 개의 섬으로 이뤄진 고토라는 이 작은 섬에 오래 전 가톨릭이 스며들었다. 삼각형 막대에 올라앉아 무거운 돌을 하나씩 무릎에 얹으면서도 꺾지 않은 신앙이다.
![]() ▲ 묵주와 가방을 들고 성당으로 향하는 구부정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한국의 주일 풍경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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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이라쿠본당 신도회 대표 우메키 시호 씨
“오늘의 열심한 믿음·열정 후세 신앙의 밑거름 된다”
![]()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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