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美’… 교구 곳곳 스며있는 주님 향기. 70주년 맞은 춘천교구 구석구석 찾아, 십자가·회화·성모상 등 화보로 엮어, 전 교구장 장익 주교의 교구 사랑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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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우리를 숨 쉬게 한다. 그 시간과 공간에 잠시 멈춰서게 하고, 꿈꾸게 한다. 도시의 소음도, 인간관계의 복잡함도, 끊임없는 계산 속에 이뤄지는 모든 말과 생각과 행동들도, 아름다움 앞에선 일시정지다.
지난해 일흔 돌을 맞은 춘천교구가 책 속에 강원도 내 아름다운 성당과 종교 미술품을 모았다. 퇴임하는 장익 주교가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춘천교구 성 미술 화보집이다. 춘천·남춘천, 중부·서부, 영북·영서, 경당·수도원으로 나눠 교구 성 미술의 아름다움을 한 폭의 책에 담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책 속으로 난 아름다운 길을 찾아 떠난다. 그 길은 다름 아닌 ‘주님의 집’을 찾아 가는 길이다.
▲ 김자명 작 ‘제단 십자 성화’(운천성당).
■ ‘아름다움’은 ‘하느님’이시다
화보집은 교구 구석구석을 말없이 장식하고 있는 중앙 십자가와 제대, 독경대, 감실, 성수대, 주례석 및 좌석, 촛대, 행렬 십자가, 십자가의 길, 성모상과 성모자상, 예수성심주보상, 성당 정문 문양 및 부조, 그리고 회화와 조각 공예 유리화 등 다양한 미술작품 속에 담긴 하느님의 모습을 담았다. ‘주님의 집’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아름다운 성 미술 작품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과 교감하고 그 안에 우리 마음의 집을 짓는다.
화보집은 강원도의 힘줄인 태백산맥 왼편 영서지방으로 자리 잡은 춘천지역과 남춘천지역 성 미술품부터 소개하고 있다. 죽림동주교좌성당을 비롯해 교구청, 주교관, 강촌·소양로·스무숲·애막골·퇴계·화천·효자동·후평동성당과 곰실공소·실레마을공소 등에 소재한 교회 미술 작품을 총망라했다. 건축물에 대한 간략한 역사와 함께 미술품 목록, 작가명, 재질까지 상세히 기록하고 있어 성 미술에 관심있는 이라면 누구든 작품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음미해 볼 수 있다.
죽림동주교좌성당을 화보집과 함께 둘러본다면 사소한 성당 문고리 하나도 허투루 만들어진 것 없이 오롯이 주님을 향해 봉헌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몰랐다면 눈여겨보지 않았을 부활 촛대(주예경), 수직물로 정성스레 만든 독경대 걸이(오경순), 춘양목과 흑단으로 만든 주교좌(김영섭) 등 작품 하나하나에 담은 작가의 미적 표현이 어우러져 하느님을 찬양하는 듯하다.
교구청 성당 유리화(김기라), 주교관 감실(최봉자 수녀·최종태), 강촌성당 성당문(김형주), 소양로성당 중앙 십자가(임송자), 퇴계성당 부활예수상(오광섭), 화천성당 지붕십자가(김형주) 등이 인상 깊다. 곰실공소의 중앙십자가(김혜림)와 실레마을공소의 감실(김겸순 수녀)은 작은 공소에 신앙의 향기가 감돌게 한다.
강원도 산골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중부지역과 경기도 권에 속하는 서부지역에도 성 미술품은 빛나고 있다. 내촌성당의 유리화(김겸순 수녀), 신남성당의 종탑 십자가(김형주), 운천성당의 제단 십자 성화(김자명), 원통성당의 십자가의 길(김미영 수녀)은 산 속 깊이 묻힌 보석과 같다.
태백산맥 너머 영북·영동 지역에 위치한 성당에도 아름다운 성 미술품이 신자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간성성당 성모상(최종태), 동명동성당 십자가의 길(조광호 신부), 솔올성당 중앙 십자가(최봉자 수녀), 임당동성당 주수대(조광호 신부), 초당성당 십자가의 길(임송자)등 구석구석 하느님의 아름다운 손길이 닿아있다.
겟세마니 수도원의 가시관 석상(장동호), 교육원 십자가의 길(박순배), 글라라 수도원 감실등(김형주), 다물 피정의 집 감실(권녕숙) 등 경당·수도원을 밝히는 성 미술품의 아름다움도 소개했다.
장익 주교는 ‘주님의 집에 가자 할 제, 나는 몹시 기뻤노라’라는 인사말에서 “교회공간은 뜻과 쓸모와 아름다움을 두루 갖추어, 그 모습과 느낌이 교우들이 교감과 하나로 어우러져 신앙생활의 내용과 정서를 매우 깊이 좌우한다”며 “날마다 바라보는 성화 한 점 십자고상 하나가, 내게는 주님이 어떤 분으로 다가오시는지를 몇 십 시간의 교리반보다 더 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태(요셉·전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회장) 서울대 명예교수는 ‘종교와 예술은 서로를 부른다’라는 인사말에서 “‘미(美)는 선(善)의 가견(加見)적 형태이고 미는 창조주에 의해서 예술가들에게 주어진 성소이다’라는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말씀처럼 예술과 종교는 한 테두리 안에 있다”며 “이 사업이 예술작품에 대한 그간의 소홀한 대접에 대해서 반성도 하고 아울러 보존 보호에 대해서도 마음 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