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 사업이 한창인 상주보 주변은 적막했다. 강가 나무들은 모두 불타 쓰러져 있었고, 새·노루 등 강 주변에 살던 생명은 자취를 감췄다. 강 바닥의 모래를 긁어내는 포클레인과 그 모래를 퍼 나르는 트럭 소리만 강가를 울릴 뿐이었다. 강은 길이 막힌 채 흐름을 멈추었다. 강을 ‘살리는’ 현장이라기엔 너무나 삭막한 모습이었다.
![]() ▲ 22일 지구의 날에 수도자들이 마지막 목적지인 ‘경천대’로 도보 순례를 하고 있다.
수도자들이 밟고 있는 곳은 2~3미터 높이로 높게 쌓아올린 강가 제방 위.
저 멀리 강 건너편으로 강 바닥의 모래를 긁어내 실어나르는 포클레인과 트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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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은 그대로 흘러야 한다…
전국에서 벌어지는 4대강 살리기 사업, 그 실태를 보기 위해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이 나섰다.
4월 19일부터 3박 4일간 ‘평화와 치유를 비는 생명의 강 순례’를 위해 낙동강변을 걸은 한국 가톨릭 베네딕도회 수도자는 70여 명.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주최하고 고성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서울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등의 수도자가 길동무가 됐다. 각 지역별로 당일만 합류한 인원이 때에 따라 200여 명이 되기도 했다.
강이 본류에서도 지류에서도 묵묵히 흐르듯 수도자들도 강 곁에서 묵묵히 걸었다. 구호도, 플래카드도 없는 소박한 걸음들이었다. 20일에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원장 이형우 아빠스가, 21일에는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가 순례길에 동행했다.
낙동강 지킴이로 작년부터 안동·상주 지역에서 ‘1박 2일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를 주관하고 있는 지율 스님이 안내를 맡았다. 지율 스님은 “‘창조주의 피조물을 그대로 두라’는 가톨릭 정신과 ‘살생하지 말라’는 불교 정신은 결국 ‘생명을 함부로 여기지 말라’는 뜻으로 통한다”면서 “4대강 사업은 강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터전을 없애고 생태계의 연결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전했다.
순례단은 낙동강 하구인 부산 을숙도에서 출발, 함안보-우포-합천보-강정보-구미보를 거쳐 안동 하회마을-경천대까지 걸으며, 4월 22일 ‘지구의 날’에 순례를 마쳤다. 순례길에서 수도자들은 창조주의 뜻을 묵상하며 기도하고 노래했다.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이번 순례를 위해 만든 곡이 낙동강과 함께 흘렀다.
“강은 흘러야 한다. 그대로 흘러야 한다. 생명(평화·사랑·일치·진리)의 강은 흘러야 한다. 그대로 흘러야 한다.”
![]() ▲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내성천의 절경에 탄식하던 수도자들이 순례의 주제곡인 ‘강은 그대로 흘러야 한다’를 부르기 시작했다.
수도자들이 서 있는 저 모래밭이 강의 자정작용의 중추이며 수많은 생물들의 서식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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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누구를 ‘살린다’는 말인가?
낙동강은 ‘상락(상주의 옛 이름)의 동쪽’에 있는 강이라는 의미로 상주에서 시작해 부산까지 700리로 이어지며 생명의 터전이 되어왔다. 낙동강에 지어질 10여 개 이상의 보로 수질 오염 및 유속 저하가 초래돼 어류·조류가 사라지고 습지와 모래밭이 파괴될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지만, 지난해 11월 착공식 이후 공사는 일사천리로 강을 따라 진행되고 있었다.
![]() ▲ 수심을 깊게 하기 위해 포클레인이 강바닥 모래를 긁어 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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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퇴강에서 만난 한 노파는 “자고 일어나면 강이 사라지고 누런 흙이 쌓여있다”면서 “어릴 때부터 낙동강 물을 길어서 먹고 낙동강 물을 끌어다 지은 농사로 밥 먹고 살았는데 그 강을 파헤친다는 게 무서웠다”며 수도자들의 발걸음을 응원했다.
강의 모래밭과 습지는 다양한 생명의 서식지가 되고 강의 자정작용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진행되면 낙동강 상류의 모래밭과 습지 70~80 이상이 사라지게 된다. 그 자리에는 자전거 도로 및 생태공원, 체육·놀이 시설이 들어선다. 굽이쳐 흐르는 700리 길 대부분을 바꾸는 공사임에도 2~3년 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