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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카레 맛 보세요."
빈첸시오회원들이 한국에서 준비해온 카레로 마을 주민들에게 신사 대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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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경에도 작은 것 하나도 서로 나누며 밝게 사는 그들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을 배우고 왔습니다."
성 빈체시오 아 바오로회 한국이사회(회장 정해정) 청ㆍ장년 회원들과 배상희(대구대교구 삼덕본당 주임)ㆍ전재현(대구대교구 청년담당) 신부 등 29명이 4월 19~24일 캄보디아를 찾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에게 빈첸시오 성인의 사랑을 전했다. 어려운 이에게 단순히 물건을 전달함으로써가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달은 빈첸시안들의 5박 6일 여정을 정해정(요셉) 회장이 글로 담았다.
캄보디아를 향해
4월 19일 오후 인천공항에는 서울ㆍ대구ㆍ수원ㆍ의정부ㆍ청주 지역 빈첸시오회 회원들이 캄보디아 봉사활동에 참가하고자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온 터라 서먹했던 분위기는 수십 상자의 옷가지와 의약품 등 교구별로 준비한 지원품을 한데 모으며 땀을 흘리는 동안 눈 녹듯 사라졌다.
내일 이 시간이면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지만 고소 공포증이 있어 걱정된다. 모든 수속을 무사히 마치고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일행은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캄보디아에 도착하자 현지 빈첸시오회 조정관인 로즈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홍콩이 고향인 그는 선교를 위해 캄보디아에서 15년째 어려운 이들과 함께해오고 있다. 일행 안내와 통역을 맡은 로즈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탑승, 숙소인 캄포참에 도착하니 한국시각으로 새벽 3시다. 내일 활동을 위해 눈을 감아보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마음이 부자인 이들
이곳에서의 첫날이 밝았다. 낯선 환경에서 몇 시간 못 잤지만 참가자 대부분이 젊어서일까, 밝은 표정이 참 보기 좋다.
식사 후 준비해온 구호품 분류 작업을 청년들에게 맡기고 로즈씨와 선발대 4명이 마을 답사에 나섰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을의 모든 상황이 열악했다. 이곳에 비하면 한국은 참으로 주님이 주신 은총의 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낮 기온이 섭씨 38도가 웃돌고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쳐간다.
봉사활동 준비를 마친 일행은 다음 날 캄포참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인 킨 차이 빌리지를 지나 봉사활동을 펼칠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 도착해 의약품과 의류 등을 차에서 내리자 현지인들이 모여들었다. 우리는 마을에서 빈첸시오회 활동을 하는 21살 후잇이라는 자매에게 방문 목적을 설명하고 그의 안내를 받아 4개조로 나눠 가정을 방문했다. 가져온 물품을 나눠주고 청년들은 집수리에 필요한 나무를 옮기는 등 본격적 활동에 나섰다.
지원품을 들고 가난한 집들을 방문했지만 누구 하나 더 달라고 보채는 이 없이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는 그들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한 청년회원이 현지 봉사자에게 옷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나보다 더 어려운 이에게 전해달라"며 옷을 거절했다. 청년은 "무엇인가를 주려고 이곳에 왔다는 생각이 교만이었구나"하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고 한다.
모두가 가난하지만 서로 양보하며 해맑게 웃는 그들 모습을 가슴에 간직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생소한 현지 음식이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와 함께 먹으니 꿀맛이다. 대구협의회 김영우 회장이 "음식이 입에 딱 맞는 게 캄보디아 체질이다"고 말해 한바탕 웃고 나니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듯하다.
저녁이면 배상희ㆍ전재현 신부님 지도로 성당에 모여 하루를 정리하고 묵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배 신부님은 "집 나오면 고생인데 우리는 여러 교구에서 모여 단체로 집을 나온 상태"라며 "내일 있을 집 지어주기 봉사에서 그들이 원하는 집과 우리 마음에 신앙의 집도 함께 짓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집은 곧 하느님 나라다. 우리는 어떤 집을 짓게 될까, 청년들 환호와 박수 속에 밤은 점점 깊어갔다.
신앙으로 짓는 사랑의 집

▲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네." 집 지어주기에 나선 빈첸시오 정해정 회장과 회원들을 바라보는 마을 주민의 모습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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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캄포참본당을 방문해 주임 신부님과 기도를 드리고 간단한 식사를 마쳤다. 마침 본당을 방문하신 주교님이 맨발로 달려와 우리를 반겨주셨다. 오늘도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에 얼마나 더울지 걱정이 앞선다.
오늘 일과는 쓰레기 매립장에 있는 `리우위리치`라는 빈민가를 방문해 낡은 집을 수리하고 주민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는 것. 이곳 주민들은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천이나 야자수 잎으로 지붕과 벽을 만들어 살고 있다. 쓰레기를 뒤지며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그들의 삶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다.
집수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목수 일을 하는 최경용(알렉산데르)씨 덕분에 일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번 봉사 참가자 중 이처럼 봉사를 위해 생업을 잠시 접고 참가하거나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
가톨릭평화신문 2010-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