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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강그리알본당 뒤 진료소에 붙어있는 총기사용 금지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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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아강그리알본당 사무장 겸 집사로 일하는 피터 공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신부들을 찾아와 어두운 표정으로 상황을 전한다.
룸벡의 아갈(Agar) 부족이 지나가는 버스를 세우고 아강그리알의 곡(Gok) 부족 3명을 총으로 쏴 죽였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소를 훔쳐갔다는 이유에서다.
유목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소`는 가축이 아니라 부동산과 같은 절대적 자산 가치의 척도다. 소를 도둑맞는 것은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기에 소를 도둑맞으면 그것을 찾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든다.
그런데 죽은 세 명 중 한 명은 바로 옆 콤보니학교 사회교사 프란시스 마린이었다. 그는 이마에 곡 부족 표시인 3겹의 V자 표시 때문에 길 한복판에서 옆구리에 총을 맞아 처참히 죽었다.

▲ 아갈부족에게 살해당한 프란시스 마린의 시신을 염하는 동안 한만삼 신부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집 앞에 망연자실 앉아 있는 이는 마린의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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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전해들은 신부들 표정이 심각해진다. 곡 부족의 죽음은 곡 부족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동태복수(同態復讐)가 원칙인 이들 사회에서 곡 부족의 죽음은 곧 아갈 부족의 죽음을 의미한다.
"살인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이들에게 살인은 문제를 가장 쉽고 간편하게 해결하는 방법이지요. 소에 종속된 지배구조와 소에 대한 절대적 가치기준을 신앙의 가치, 복음의 가치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한만삼 신부 얼굴에 낙담하는 빛이 역력하다. 지난 2월, 쉐벳에서 일어난 교전에서는 무려 20여 명이 죽었다. 공소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싸움으로 인근 집들은 다 불에 타버렸고 한만삼 신부는 한동안 공소에 갇혀 지내야 했다.

▲ 집 앞 마당에 프란시스 마린의 무덤을 파는 마을 주민들.
이곳에서는 날씨가 더워 사람이 죽으면 바로 땅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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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들이 신속히 움직였다.
"프란시스 마린 선생님을 위해 기도하러 왔습니다."
이튿날 운구돼 온 시신은 마을 한복판에 놓였다. 한쪽에선 유엔(UN)에서 나눠준 모기장을 시신 위에 덮은 채 파리를 쫓고, 다른 한쪽에선 사람 키 높이로 땅을 팠다. 그가 살던 집 앞마당이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울지 않았다. 이들에게 눈물은 부끄러운 것이다. 시신을 덮은 피투성이 천을 들어보던 그의 어머니만이 땅바닥에 드러누워 가슴을 쳤다.
하얀 천이 드리워진 진흙집에서 시신의 염이 이뤄지는 동안 한 신부는 신자들과 고인을 위해 기도하고 무덤에 성수를 뿌렸다.

▲ 교리교사 교육을 하고 있는 이승준 신부.
신부들은 틈날 때마다 이들에게 "예수님
가톨릭평화신문 2010-08-22
말씀사탕2025. 10. 26
로마 12장 19절 사랑하는 여러분, 스스로 복수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느님의 진노에 맡기십시오. 성경에서도 “복수는 내가 할 일, 내가 보복하리라.” 하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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