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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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 평화] 종교 간 대화, 다른 종교인들 신념과 삶 인정

자신의 종교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선교와 명확히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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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서울 봉은사에서 기도를 바치는 장면과 불교를 우상숭배라고 폄훼하는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논란이 됐다.
 일명 `봉은사 땅밟기`로 불린 이 사건은 담당 목사와 신자들이 봉은사 주지스님을 찾아가 사과한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인터넷에서는 타 종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독선적 태도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봉은사 측은 "현대사회의 다원성과 공존을 위협하는 사건"이라며 "단순히 불교와 개신교 간 세력 싸움이 아닌 사회적 차원의 문제"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개신교는 물론 각 종교 지도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다종교 사회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성숙한 종교인의 자세를 촉구했다.
 다종교 사회에서 타 종교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필수적이다. 이같은 이해와 존중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평화로운 사회를 기대할 수 없다. 종교인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만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독선과 배타성을 경계해야 한다. 종교적 독선과 배타성이 인간 생명을 앗아가는 테러와 전쟁으로 비화되는 비극을 역사책은 물론 21세기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가톨릭교회는 종교 간 대화가 각 종교의 신앙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것은 물론 사회통합과 발전에 도움을 준다고 가르친다.
사진은 2008년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대표자들이 정부에 대북지원을 촉구하는 100만 인 국민서명 결과보고 및 전달식 장면.


 #타 종교에 대한 이해와 존중
 가톨릭교회는 19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종교 간 이해와 관용을 천명한 바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우리시대」에서 "가톨릭교회는 다른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 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양식과 행동방식뿐 아니라 그 계율과 교리도 진심으로 존중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다른 종교인들의 정신적 도덕적 자산과 사회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하며 증진하도록 모든 자녀에게 권고한다"고 했다.
 이처럼 가톨릭교회는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세계의 종교 전통과 대화하는 교회`를 표방한 후 종교 간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특히 종교 간 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종교 간 대화는 서로 다른 종교의 신자들이 자유롭고 열린 분위기에서 상대방 말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종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만남이다. 다른 사람의 존재와 신념, 기도와 삶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종교 간 대화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종교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선교`나 `개종을 위한 노력`과는 명확히 구분짓는다. 또 모든 종교를 일치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도 않는다.

 #종교와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종교 간 대화
 가톨릭교회는 종교 간 대화가 각 종교 신앙을 더욱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가르친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을 지낸 프랜시스 아린제 추기경은 "이웃종교 신자들은 서로에게 긍정적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독실한 무슬림이 하루에 다섯 번씩 정해진 시간에 기도드린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그들은 회의나 칵테일 파티에서 돌아오는 길이라고 해서 기도드리는 일을 소홀히 할 수도 있는 인간적 측면을 용납하는 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왜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식당에서 성호 긋는 것, 버스 안에서 묵주기도 드리는 것, 시장에서 삼종기도 드리는 것을 주저하는지 나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종교 간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에 뿌리를 굳게 내리고 있으면서도 종교 간 만남을 통해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프랜시스 아린제 추기경이 만난 이웃 종교 신자들」 중에서)
 또 종교인들은 사회문제에 대해 자신의 종교가 지닌 숭고한 이상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함께 노력하며 사회발전과 정의에 이바지할 수 있다. 종교 간 대화는 피부색과 언어와 성별, 종교를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에 이웃종교 신자들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를 배우게 한다.

 #종교적 정체성
 종교 간 대화에도 위험은 있다. 자신의 종교에 대한 뚜렷한 정체성이 없으면 상대주의나 혼합주의에 빠져 신앙을 잃을 수도 있다.
 종교 간 대화를 잘못 이해하는 이들은 모든 종교가 같은 하느님을 향한 길이며, 선한 의지만 있다면 어떤 종교를 택하든 관계없다는 상대주의에 빠지거나 여러 종교를 합쳐 새로운 종교를 만드려는 혼합주의를 주장하기도 한다. 자신의 신앙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화의 상대가 종교적 정체성을 상실하면 대화의 이유와 의미는 사라진다.
 가톨릭교회는 신자들에게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존중하라고 가르치면서도 "그리스도께서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며, 그분 안에서 모든 사람은 풍요로운 종교생활을 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을 당신과 화해시키셨다"(「우리시대」)고 선언하고 그리스도에 뿌리를 둔 신앙을 일깨운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강디에고(꼰솔라타선교수도회) 신부는 "그리스도인들은 종교 간 대화에 앞서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의 아버지시며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이들도 모두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자녀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 강디에고 신부



 "한국은 종교 간 평화를 잘 유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종교 간 대화도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요. 최근 일어난 `봉은사 땅밟기` 사건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종교 간 대화가 좀더 발전적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랍니다."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 강디에고 신부는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일으킨 사건을 전체 종교 간 갈등으로



가톨릭평화신문  201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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