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사람을 끄는 묘한 힘이 있다. 갑갑한 도심을 벗어나 바람이라도 쐴라 치면 강원도가 먼저 떠오른다.
태백산맥 한가운데를 관통하듯 솟은 차령산맥 줄기, 치악산의 허파에 해당하는 횡성군 안흥면 매화산 자락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신앙인들이 모여 산다. 은퇴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사누스빌`에서 맞이하는 초겨울의 평온함이 궁금했다. `사누스(Sanus)`는 라틴어로 `건강한``치유되는`이란 뜻이다.
#건강지수 100 사누스빌이 들어선 안흥면 가천리 129번지 일대는 공기부터가 다르다. 청명한 하늘빛만큼이나 깨끗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가만히 있어도 건강한 기운이 샘솟는 것 같다. 사누스빌로 향하는 411번 지방도 곳곳에서 산과 나무, 들판이 반갑게 손짓한다.
2006년부터 분양이 시작된 사누스빌에는 현재 각양각색 예쁜 전원주택 26채가 들어서 있다. 유럽풍의 아기자기한 전원주택과 현대식 미술관을 닮은 사각형 주택도 눈에 띈다. 대지면적이 10만㎡(3만 평)에 이르지만, 주택이 들어선 땅은 전체의 1/3이다. 나머지는 산책 코스를 겸한 자연 산림욕장이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호젓한 풍경이 따로 없다.
(주)사누스 박영군(루피노, 58) 대표는 "사누스빌은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은퇴한 신앙인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라며 "개발 당시 어려움이 많았지만 사누스빌을 통해 `지인들과 신앙인들이 함께 모여 살면 좋겠다`는 꿈을 이뤘다"고 소개했다.
㈜사누스가 횡성군 일대에서 분양하는 전원마을은 현재 1차 사누스빌과 2차 뜨래꽃마을, 3차 사누스밸리를 합쳐 96가구이며, 대부분 분양이 끝나 현재 10여 가구 정도만 미분양 상태다.

▲ 지난해 12월 사누스빌 입주민들이 송년회에서 건배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제공=사누스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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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촌을 닮은 생활 "오늘이 금요일이라고요? 여기서 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박 대표가 11월 26일 찾아간 기자에게 요일을 묻는다.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박 대표는 "날짜 가는 것을 까먹기 일쑤고, 계절은 새들이 알려준다"고 시골 어르신처럼 말했다. 사누스빌에서는 계절에 따라 뻐꾸기와 찌르레기, 딱따구리, 소쩍새 등이 번갈아가며 찾아온다.
사누스빌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36가구 중 26가구가 입주해 있지만, 주말에만 이용하는 주민도 있어 6가구만 상주해 있다. 입주민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50~60대가 많다. 40살 김 바실리오씨가 막내다.
입주민은 대부분 천주교 신자라 크고 작은 일도 서로 돕는 교우촌 모습으로 살아간다. 호칭도 세례명을 부르는 게 다반사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8시에 집을 돌아가며 반장 이승재(바오로, 55)씨 주선으로 반모임을 연다.
#영세 1호 부부 탄생 주일에는 최근 본당으로 승격한 안흥성당 미사에 참례한다. 얼마 전에는 개신교에서 전도사를 했을 정도로 열심인 부부가 이곳에 살면서 천주교에 입교해 사누스빌 영세 1호 부부가 탄생했다. 이 부부의 조카도 세례를 받고 해외 선교사가 됐을 정도로 열심이라 귀감이 되고 있다.
입주민들은 생활도 함께 한다. 11월 20일에는 입주민이 함께 김장을 했다. 솜씨좋은 아내들이 절인 배추에 양념을 버무려 김치를 담그면, 남편들과 자녀들은 고기를 굽고 음식을 준비했다. 김장하는 날은 마을 잔칫날이다.
이곳에서는 매일 오전 7시와 오후 4시 30분 두 차례의 산책 시간이 있다. 산책길은 수령 30년이 넘어 쭉쭉 뻗은 소나무 사잇길을 40분간 걷는 코스다. 이웃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건강도 좋아지고 모두가 한가족같이 느껴질 정도로 친해진다.
계절별 행사도 있어 봄에는 인근 산에서 봄나물 축제를 열고, 여름에는 계곡에서 돌쌓기 대회를 갖는다. 최근에는 단풍놀이를 다녀왔다. 2년 전에는 지역 명물 안흥찐빵으로 홀몸노인 돕기 자선 바자도 열었다.
지난해 5월에 입주한 구분남(젬마, 61, 서울 신도림동본당)씨는 "도시를 벗어나 좋은 자연환경에서 평화롭게 살면서 노년을 만족스럽게 보내고 있다"며 "특히 신자들과 어울려 봉사하고, 성경공부를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주)사누스 박영군 대표"모두 한 식구처럼 살아요."
(주)사누스 박영군 대표는 사누스빌 주민들 생활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박해시절 서로 돕고 안부를 물으며 전교활동을 펼쳤던 교우촌 신자들의 삶이 사누스빌 입주민이 지향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