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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이주여성 바넬로스씨와 남편 진성규씨가 아들 호현군과 함께 그네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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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는 좋겠다. 만날 남편이랑 미사도 같이 참례하고. 부럽다!"
필리핀 이주여성 멜라니 A 바넬로스(25, 대전교구 천안 오룡동본당)씨는 주일이면 주위 이주여성들에게 부러움 섞인 시샘을 받곤 한다. 주일 낮 2시에 봉헌되는 영어미사에 남편 진성규(베드로, 42)씨와 아들 호현(마태오, 3)군 손을 꼭 잡고 꼬박꼬박 참례하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남편 대다수가 미신자이다 보니 바넬로스씨 가정은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다. 유아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해온 진씨는 "제가 하느님 자녀로 산 지는 이 사람보다 훨씬 오래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은 다름 아닌 신앙이었다.
# 필리피노 아내와 한국인 남편
이들이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은 2007년. 남편은 그때까지 결혼에 대한 희망 없이 자동차 정비일을 하며 살았다.
"아버지의 오랜 외도와 사춘기에 겪은 부모님 이혼의 영향이 컸어요. 결혼하기 싫었던 건 아니지만, 이왕 결혼할 거면 정말 제대로 살고 싶었거든요."
진씨가 국제결혼을 주선 받고, 필리핀으로 건너가 바넬로스씨를 만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바넬로스씨는 "처음 만날 때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열심히 영어회화를 연습해온 이 사람이 듬직했다"고 회상했다. 영어사전을 찾아가며 대화를 나누던 진씨의 진솔함에 끌린 것.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한국에 들어와 혼인성사를 올리고 한지붕 밑에서 살아가게 됐다. 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속에서 살아온 두 사람의 신혼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살림하는 법을 배우지 않아 물과 전기를 아껴쓰는 법까지 다 가르쳐줘야 했어요. 그러면 멜라니는 제가 잔소리한다고 싫어하죠."(남편)
"낯선 타국에서 아이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옆에서 도와줄 친정엄마도 없고…. 많이 속상했죠."(아내)
# 신앙으로 하나되는 부부
부부는 대전교구가 운영하는 이주민센터 천안모이세(담당 맹상학 신부)를 알게 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바넬로스씨는 이곳 공동체에서 자신과 같은 사연을 가진 언니, 동생들을 만나면서 활기를 얻었다. 또 소정 교육을 이수하고, 다문화 강사로 일하며 지역 내 학교 등에서 모국을 알리는 활동까지 하게 됐다. 놀라운 변화였다. 이런 바넬로스씨의 변화는 고스란히 가정의 기쁨과 평화로 이어졌다.
진씨는 "아내가 모이세를 통해 안정을 찾고, 한국어와 컴퓨터 등 교육을 받으면서 점차 성장해나가는 모습에 마음이 뿌듯하다"며 "멜라니를 위해 저 자신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모이세 사도회`에서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이세 사도회는 봉사뿐 아니라 한 달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모여 삶을 나누고 신앙을 다지는 이주여성 남편들 모임이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그간 여러 가지 바쁜 사정으로 냉담하다시피 살아온 남편은 아내와 함께 평화의 인사를 나누면서 눈물을 쏟았다.
"`평화를 빕니다`라는 말 속에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 있더라고요. 진심으로 제 가족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마음이 샘솟으면서 눈물도 함께 떨어지더라고요."
부부는 지난 12월 26일 조금 더 넓은 집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홀로 살아온 시어머니와 함께 살게 됐기 때문이다.
부부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게 돼서 너무 기쁘다"며 "손자 재롱도 보시며 저희와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바넬로스씨는 "어머니가 호현이를 봐주시기로 하셔서 든든하다"며 "다문화 강사 활동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또 한식 요리법, 살림하는 법 등 살림법을 전수(?)받을 계획이다.
진씨는 아내를 위해 특별한 경품을 내걸었다. 모이세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아내가 운전면허를 따면 자동차를 사주기로 약속한 것.
진씨는 또 장난감 드럼을 갖고 연주하길 좋아하는 아들 호현이를 위해 드럼 교본을 마련하고 학원도 다닐 계획이다. 진씨는 "부자(父子) 드럼 연주가가 돼 미사 때 예능봉사를 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