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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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군종신부! 구성진 신부편(4)

나는 죽여주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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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라면 누구나 징크스가 생긴다고 하는데, 하필이면 병자성사 징크스가 하나씩은 생긴다고 한다. 사제품을 받고 첫 병자성사 때 반드시 그 징크스가 나타난다고 한다. `죽이는` 신부인가 `살리는` 신부인가. 나는 죽이는(?) 편이다. 심히 괴롭다.
 지난번 이 난에서 "안돼요!"를 남발하며 처음 부임한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그 자매님 남편이 육군대학에서 교육을 받던 중 몸에 이상이 생겼다. 여러 차례 검사를 해본 결과 가슴에 핸드볼 공 크기의 뭔가가 있어서 그것을 제거해야만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진단이었다. 그 수술은 아주 위험했다.
 왜냐하면 크기가 너무 커서 혈관에 탈이 나면 수술 중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술 전에 병자성사를 청했다. 그런데 나는 죽이는 징크스가 있으니 정말로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는 신부들을 수소문해서 살리는 징크스를 가진 후배신부를 찾았고, 상황을 설명하고 나서 함께 국군수도통합병원을 찾았다.
 그래도 함께 찾아갔으니 처음부터 병자성사 전부를 후배 신부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고해성사는 내가 한 뒤 영대를 벗고 그 후배신부가 영대를 받아 병사성사를 줬다. 그때 내가 왜 그렇게 했는지는 그 자매님에게 설명을 따로 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뿔싸! 주임신부가 아닌 다른 신부가 병자성사를 줬다고 그 자매는 삐친 나머지 병자성사를 마치고 후배 신부와 함께 나가는데 배웅도 하지 않았다. 약간 화가 났지만 그 형제를 살리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제관에 돌아가 기도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수술 후 연락이 왔다.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고. 어떻게 된 건가 설명을 들어보니, 수술 중에 심장이 멈춰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5분간은 사망상태였는데 그러다 기적적으로 깨어났다는 것이다. 간호장교들도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고 하면서 기적이라고 했단다. 정말로 감사했고, 나는 `역시!`를 외쳤다.
 그때 성탄절 휴가를 받아 부부가 성당에 찾아왔다. 그래서 나는 공지사항 때 신자들에게 그 부부를 소개했고, 이 자매가 남편을 살리려는 내 심오한 뜻도 모른 채 삐쳐서 배웅도 안 했다는 얘기를 해주며 신나게 웃었다.
 그러고서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갔는데 어떤 자매님께 전화가 왔다. 성당에 오시던 한 할머니 신자께서 나를 급히 찾는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지금 췌장암인데 병자성사를 청한다는 것이었다. 난 멀리 왔고 그 본당 주임신부가 있는데 왜 나를 찾느냐고 물었다.
 그 할머니 말씀이 너무 아파서 빨리 죽고 싶은데 구 신부님이 죽여주는 신부님이라 찾는다고 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으면…. 하지만 본당관할이 뭔지 가보지는 못했다. 벌써 10여 년이 지났으니 이미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 할머니를 위해 미사를 봉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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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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