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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고참의 선택, '완주냐 포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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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과 공군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육군 보병들은 군 생활 중 가장 힘든 훈련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어보면 대개 유격장에서 받은 `유격훈련`이라고 대답한다. 나도 사병 생활 중 전방관측소(GOP)에 투입되기 전 1년간 고된 훈련을 많이 받았다.
 대충대충 넘어갈 훈련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나도 유격훈련과 100㎞ 행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참 힘들었다. 허나 고생한 만큼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요즘 병사들도 1년에 한 번씩은 유격훈련을 받는다. 상병 이상은 한 번 경험을 해본 친구들이라 조금 여유가 있지만, 일병 이하는 처음 해보는 훈련이라 걱정도 많이 한다. 힘든 훈련이 끝나면 부대 복귀 행군을 하는 데 힘이 완전히 빠진 상태에서 또 행군을 하는 것이다.
 군종장교는 행군하기 전에 훈련장에 방문한다. 조금 일찍 도착해 위문하면서 훈련받는 시간을 줄여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그래서 일과 시간이 끝나기 2시간 전에 병사들을 잠시 집합시켜 놓고 위문품으로 가져간 초코파이나 음료수 등을 먹게 하고는 간단한 교육을 한다.
 내가 100㎞ 행군을 할 때, 소대 왕고참(기간병 중 제일 선임자)이 "난 행군하다가 포기하고 앰뷸런스 탈 거야"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왜 그러는데?"하고 묻자 `치질` 때문이란다. 왕고참이 중도에 포기한다고 누가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그 왕고참은 정말 중도에 포기해 버렸다.
 이때 나는 깨달았다. 뭐든지 생각하기에 달렸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고 포기하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서른 시간에 걸친 긴 행군을 해냈다. 정말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다.
 그 후로는 유격장을 찾아 교육할 때면 그 부대 왕고참부터 찾는다. 제대 날짜를 물어보면 대개 한 달이 채 안 남아 있다. 한편으로는 말년에 고생한다 싶어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쩌랴. 이것도 군 생활인 것을….
 "행군 완주할 거냐, 아니면 중간에 포기할 거냐?"하고 물으면 대개 대답을 안 한다. 결심한 것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라고, 포기하는 마음부터 가지면 성취할 수 없다고 말해준다. 군에서 마지막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라고 하면서 용기를 주고 다시 물어보면 "하겠습니다!"하고 씩씩하게 대답한다.
 왕고참이 행군하겠다는데 후임병이 어떻게 포기하겠는가. 다음 날 지휘관에게 어찌 됐느냐고 물어보면 낙오자가 한 명도 없이 모두 사기충천해 행군을 무사히 마쳤다고 고마워한다.
 "얘들아! 뭐든 마음먹기 달린 거야. 나는 할 수 있다고 외치면서. 아자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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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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