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1분 스피치'
나는 아이들을 아주 좋아한다. 지금도 20명 정도의 초등학생들과 함께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주일미사를 재밌게 봉헌한다. 예전 젊을 때보다 감각(?)이 좀 떨어졌다는 것을 실감하면서도 말이다.
내가 있던 충남 계룡대 삼위일체성당에는 초등부 미사에 300명, 중ㆍ고등부 미사에는 250명 정도가 참례했다. 어린이와 학생을 위한 미사다 보니 어찌나 떠드는지 정신없이 미사를 봉헌하게 된다.
초등부 미사가 끝나면 즉시 선생님들의 일장 훈시나 꾸지람이 이어진다. 그런데 끝나고 꾸지람하면 다음 주에나 미사에 올 아이들이 기억이나 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다음 주 미사에서도 떠들기 시작한다. 나는 속으로 "그래 애들이 떠들어야 애들이지, 안 떠들면 어디가 아픈 걸 거야"하면서 스스로 달랬다.
처음엔 중ㆍ고등학생들은 다를 줄 알았다. 다 큰 놈들이라 때와 장소는 가릴 줄 알았다. 하지만 미사 때마다 눈치 안 보고 떠드는데 속으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 떠들지 않고 미사에 적극 참여하게 할까 고민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눈으로 확인을 시킨다면, 떠드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깨달을 것 같았다.
부임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나고서 공지사항 시간에 `1분 스피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지목되는 사람은 독서대에 나와서 자기 이름과 특기, 장래희망 등을 1분 동안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순간 `우~`하면서 싫다는 표현을 했다. 다음 주일이 돼 아이들 중 가장 얄밉게 떠드는 아이를 골라 지목을 했다. 그 아이는 독서대에 올라서는 순간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아이쿠"하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고소했다.
300명의 눈이 자기만 바라보는데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매주 두 명씩 떠든 아이들 위주로 1분 스피치를 시켰다. 한 달쯤 지난 어느 주일날 한 아이를 지목하니 그 아이는 "저 안 떠들었는데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눈치는 참 빨라가지고.
속으로 뜨끔했으나 애써 태연한 척하며 "떠들어서 시키는 게 아니라 오늘 네가 눈에 딱 들어서 시킨 거야"라고 둘러댔다. 2년 동안 거의 모든 아이들이 공포의 1분 스피치를 경험했다. 아이들 때문에 많이 웃을 수 있었고 미사 참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 어머니가 "우리 아이가 성당에 가면서 `오늘은 자기가 지목될 것 같다`며 무슨 말을 할까 하면서 준비까지 하던데요"라며 즐거워했다. 많은 아이들과 지낼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애들아! 요즘도 신앙생활 열심히 재미있게 잘하고 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