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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군종신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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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 성당엔 사병이 많은 데 비해 간부 신자는 많지가 않다. 적게는 두세 가족에서 많게는 20~30가족이 전부다. 간부 신자가 적은 본당의 군종신부는 사목하기가 정말 힘이 든다. 부대에서 해줄 수 있는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서다.
 일 년에 한 번 또는 두 번 지구별로 성모회 피정을 실시한다. 보통 7~8개 본당 70명 정도가 모인다. 파견미사 때는 `이만큼의 신자가 우리 본당 신자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혼자 생각도 해봤다.
 우리 본당만 생각해보면 뭔가를 하려 해도 할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신자가 너무 적다 보니 야외미사도 그렇고, 본당 자체 체육행사도 좀 그랬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하나 있었다.
 사단 군종참모를 할 때 군단급 본당 신부가 나보다 후배였다. 군단의 다른 사단 신부님 두 명이 1년차 신부였을 때 내가 10년차였으니 차이가 많이 났다. 그렇지만 임관하고 부임했을 때 재빨리 환영 식사에 초대하고 술자리도 마련해 같이 잘 어울렸다.
 그러면서 많이 친해졌고 내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군단급 성당 체육대회`를 개최하자고 말이다. 후배 신부님들 모두 양손을 번쩍 들고 환영했다. 교구청에 연락해 주교님 명의로 된 멋진 우승 트로피도 제작했다.
 체육대회 날이 됐다. 군단 연병장에 모여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것으로 체육대회는 시작됐다. 물론 이렇게 모일 때는 이동의 어려움으로 사병들 전체가 참석하지는 못했다. 점심식사가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군인은 2등이란 게 없다. 왜냐면 전쟁에서 2등을 한다는 것은 패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경기마다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모두 정정당당하게 임했다. 같은 신앙인들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응원도 군인답게 목이 터져라 외쳤다.
 축구와 발야구, 피구, 줄다리기 등 다양한 종목을 마련해 재밌고 기쁘게 대회가 끝났다. 승패를 떠나 처음으로 시도한 모임이라 더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모두 기원했다. 당시 우승은 3사단 몫이었다. 그때 3사단 군종신부가 유진영 신부였는데, 체육대회 후 얼마 안 있어 급성백혈병으로 하느님 나라에 먼저 가게 된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3사단 신자들이 얼마나 단합이 잘돼 있었는지, 또 준비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다른 본당 신자들이 부러워할 정도였다. 유 신부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이렇게 시작했던 군단 체육대회가 지금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짧게는 4년, 길게는 20여 년을 군종신부로 살면서 어려운 데서도 서로 위로가 되고 힘이 돼 기쁘게 하느님 사업을 하면 좋겠다.
 군종 신부들이여 함께 기쁘게 살자고요. 아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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