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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군종신부!](25)

니 쭈쭈바 묵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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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하면 무엇보다 초코파이 간식이 떠오른다. 사회에서는 쳐다보지도 않던 것인데 군에서는 왜 이리도 맛있고 좋은지 잊히지 않는다.
 사람이나 동물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음식을 찾는다고 한다. 집 떠나와 부모형제 친구를 떠나 낯선 곳에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가 아니고 뭐겠는가.
 그러니 그 자체로도 단것을 찾고 과자를 찾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단것을 먹음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여보려는 행동이다.
 병사들이 성당에 올 때나 내가 훈련장에 위문을 갈 때는 항상 빵이나 먹을거리를 챙긴다. 군 교도소에 갇혀 있는 병사들을 만나러 갈 때도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 무엇이든 챙겨간다.
 병사 시절에 철책선을 삼중선으로 만드는 `철책 삼중화작업`에 투입된 적이 있다. 쉴 새 없이 구덩이를 파고 모래와 자갈, 시멘트, 물을 날라야 했고, 쇠기둥과 철조망을 옮겨야 했다. 그것도 산에서 말이다. 꼬박 한 달 동안이나 중노동을 했다.
 그때 부대 개신교 목사가 위문 와서 주는 아이스크림 한 개가 얼마나 맛있던지, 당시 천주교 신학생이 아니었으면 아마 개신교 교회로 갔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고마웠다. 힘든 훈련이나 상황이 생기면 그때 일이 생각난다. 그래서 더 간식을 싸들고 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렇게 먹을 것을 챙기면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 큰 놈들을 먹을 것으로 꼬여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별명이 `쭈쭈바 신부`인 신부님이 있다. 그 신부님이 초등학생일 때 본당 수녀님이 성소주일에 아이들에게 "신부님이나 수녀님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쭈쭈바를 준다"고 했단다.
 요즘 아이들은 차라리 쭈쭈바 안 먹고 신부님, 수녀님 안 되겠다고 말하는데 반해, 먹을 게 귀했던 그 시절에는 일단 먹고 보자였다. 그 신부님도 일단은 쭈쭈바를 받아서 맛있게 먹었단다.
 그런데 그날 밤부터 계속 귓가에서 이런 말이 들려 왔다고 한다. "니 쭈쭈바 묵었제! 니 쭈쭈바 묵었제!" 그래서 신부가 됐단다. 하느님은 유치하게 보이는 쭈쭈바 하나로도 당신 사제로 만들 수 있는 분이다. 군대와서 세례 받고 신학교에 입학한 친구들도 있고, 군에서 성소를 계발한 친구도 상당수다.
 모든 부분을 인간적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능력이 되는 한 먹을 것을 챙겨주고 있다. 자장면을 만들어 주는 본당, 라면을 끓여주는 본당, 밥을 해주는 본당, 떡볶이와 어묵을 만들어 주는 본당 등 다양한 사목 아이디어를 동원해 `선교 전쟁`에서 승리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성당에 온 병사들이 "잘 먹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하는 소리가 그렇게 기쁘게 들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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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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