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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군종신부!](35)

백의의 천사들 (2) 먹은 것이 다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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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피교육자가 되면 `춥고, 배고프고, 졸린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신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업시간에 졸아본 경험이 딱 한 번밖에 없다. 고등학교 2학년 수학시간이었다. 누군가가 말을 하면 조는 법이 없었다. 그런 내가 군종신부가 되려고 훈련을 받으면서 달라졌다. 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자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참 많이도 춥고 배고프고 졸렸다. 이런 현상이 유독 나뿐이겠는가!
 남녀 불문하고 젊은 나이엔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것은 어찌할 수 없는가 보다. 병사들도 무진장 먹고, 이슬만 먹을 것 같은 예쁜 생도들도 정말 많이 먹는다. 처음엔 정말 놀랐다.
 저 많은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그 이유는 바로 엄청난 활동량이었다. 구보로 하루를 시작하며 체력단련을 하고, 학과 출장을 하면서 지식을 넓히니 소비하는 에너지가 얼마나 많겠는가.
 간호사관생도들은 사격과 철조망 설치, 화생방 훈련, 각개전투, 유격훈련 그리고 50㎞ 행군 등 군사훈련을 경북 영천 3사관학교에서 받는다. 어떤 생도는 자기 키만큼 큰 총을 들고 훈련을 받는다.
 얼마나 예쁘게 보이고 싶고 멋을 내고 싶은 나이인가. 그런데 훈련 중에는 얼굴을 새까맣게 위장한다. 담당 수녀님과 함께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위문을 갔다. 훈련장에 도착하니 누가 누군지 전혀 구분이 안 된다. 전부 위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러 장소에 흩어져 교육훈련을 받고 있어서 휴식시간과 점심때를 이용해 생도들을 만났다. 평소와는 달리 갑자기 철모를 쓰고 하얀 이와 흰 눈동자만을 드러내고 웃으면서 다가오는 여러 명의 생도.
 자기들은 반가운 마음에 웃으면서 다가오는데 처음에는 누군지 모를 정도였다. 왠지 마음 한구석이 찡해왔다. 한 명씩 안아주면서 위로했다. 반갑고 고마움에 눈물까지 흘리는 생도도 있었다. 위문품을 신자가 아닌 생도들까지 하나씩 모두 나눠줬다.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쳐다보는 내 배가 다 불렀다. 정말로 보람이 있었다. 남자들에게도 힘든 훈련을 받았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위문을 마치고 돌아서는 발길은 참으로 무거웠다.
 또 간호학을 배우고 실습하고 훈련을 받으면서도 성당에 나오면 나와 수녀님이 신앙 성숙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청년성서모임과 교리 세미나, 봉사활동,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진행되는 피정 등 모든 것에 기쁘게 참여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그때 생도들은 벌써 임관을 해서 지금은 어느 군 병원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을 것이다.
 "얘들아 힘들더라도 웃음 잃지 말고, 아픈 환자들을 예수님 대하듯 따뜻하게 잘 돌봐주렴. 주사 안 아프게 놓아주고 알았제?"
 지금까지 부족한 글 읽어주신 독자와 은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그동안 함께해주신 독자들과 구성진 신부님께 감사드리며, 다음 호부터는 손진석(해군교육사) 신부님께서 함께하십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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