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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군종신부!] 손진석 신부 (44)

뜻밖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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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함대에서 사목하고 있을 때, 사순시기가 시작되면서 평일 하루를 미사와 함께 시작하자는 뜻에서 금요일 새벽미사를 개설했다. 물론 신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바쁜 일상 중에 더욱이 출근 전에 성당에 온다는 것이 군인들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군종병과 단둘이 미사를 드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했다.
 예상대로 첫 주에는 군종병과 단둘이서 미사를 거행했다. 그런데 미사 끝 무렵에 군인가족 한 명이 허겁지겁 들어와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가.
 미사 내내 우울함에 빠져 눈물이 나려던 참에 내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미사 뒤에 그 군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희망 가득한 한마디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미사 시간이 너무 늦다는 것이었다. 미사를 마치고 아침식사도 해야 하는데, 식사하는 시간이 없어 조금 더 일찍 미사를 앞당기기를 원했다.
 그다음 주에 미사 시간을 6시 30분으로 조정하자 두세 명의 신자가 늘기 시작하더니, 한 달 뒤에는 16명의 신자가 미사 참례를 했다. 남자들이 미사 참례를 하면서 자매님들도 자연스레 나오게 됐는데, 미사 후 걱정거리였던 아침식사도 해결할 수 있었다.
 금요일 미사 덕분에 본당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실 군인들의 일상이 항상 똑같지 않고 수시로 변해 주일에 미사참례가 쉽지 않고 회의도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금요일 미사로 인해 본당 행사나 그 밖의 일들이 순조롭게 해결됐다.
 급기야 참수리함(해군에서 가장 작은 전투함) 지휘관들이 신자 병사들과 함께 미사 참례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주님께서 하시는 일은 과연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어 더 큰 역사를 행하신다는 것을 느꼈다.
 비록 많은 신자가 참석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주님의 은총을 간절히 바라고 그분의 은총을 체험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나 자신의 신앙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미사 후, 아침식사를 하면서 본당의 신심행사와 교육을 계획하게 됐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내가 더 난처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사순시기에 바친 묵주기도가 성모성월까지 이어졌고, 성모성월에는 오후 7시에 성당마당에서 저녁기도를 빠지지 않고 하게 됐다.
 척박하고 힘든 군대 생활에서 서서히 밝은 웃음과 미소가 비치게 됐는데, 냉담하던 신자들이 다시금 주님의 보금자리로 돌아왔고 여러 외짝교우들이 세례를 받았다.
 마치 실패할 것만 같았던 금요일 새벽미사는 우리 공동체의 가장 소중한 보석으로 자리 잡았고, 나 또한 건조했던 신앙심에 촉촉한 빗물을 맞았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척박한 곳에 주님의 은총이 더욱 충만하다는 말씀을 이제야 체험할 수 있었던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주님과 함께한 모든 가족들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모든 것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신자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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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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