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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의 2함대사령부 생활을 마치고, 해군교육사령부로 발령받았다. 해군의 요람은 진해라고 할 정도로 진해에는 작전사령부(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전함)와 해군사관학교, 해군교육사령부가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진해는 예전부터 군사 도시지만 도시 분위기는 군부대 지역처럼 척박하거나 건조하지 않고, 일반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해군교육사에 도착했을 때, 전임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여섯 분의 신자 가족이 따뜻하게 맞아줬다. 교육사의 첫 인상은 너무 고요해서 마치 휴양지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왜냐면 해군 훈련소인데도 장병들 훈련소리가 우렁차게 들리거나 훈련병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해군이기에 육군처럼 육상에서 전투를 목적으로 훈련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훈련병들의 기초훈련 교육일정은 한 주간은 전투수영, 다음 한 주간은 야전교육대에서 사격과 화생방훈련, 그리고 마지막 한 주간은 제식훈련과 수료연습으로 이뤄진다.
전임 신부님을 배웅하고 조용히 성당에 앉아 십자가를 바라보았다. 실무부대와는 다르게 이뤄지는 사목을 해야 하는데, 군종신부가 된 지 고작 1년 밖에 안 된 내가 큰 부대에서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섰다.
그동안 50~100명 안팎의 기간병들과 함께 하다가 이제는 훈련병들을 상대하게 됐다. 게다가 상주하는 게 아니라 8주의 교육기간이 지나면 계속 떠나가는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에 이들에게 주님의 향기를 느끼게 해줄 수 있을지 망막하기만 했다.
그런 두려움을 주님 앞에 봉헌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드디어 종교활동시간이 다가왔다. 저녁을 먹고나자, 여기저기서 우렁찬 군가 소리와 함께 훈련병들이 성당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멀리 교육부대가 있는 교육생들은 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이 아닌가.
무려 500여 명 훈련병이 성당을 가득 메운 상태에서 난생처음 미사를 봉헌하게 됐다. 새로운 얼굴의 신부를 보며 약간 어색해하는 눈빛이었다. 강론 때 그들에게 소개를 하면서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들! 저는 엊그제 입대한 생초보 훈련신부입니다. 부족한 게 많으니 잘 봐주십시오!"
순간 훈련병들은 박수를 치며 기쁘게 맞아줬고, 미사 중에 그들이 목청껏 외쳐 부르는 성가는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할 정도의 힘찬 외침이었다.
그들의 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마음을 다해 나오는 기쁨의 찬양이었다. 나는 순식간에 미사 분위기에 빠져들었고, 그 안에 주님께서 선사하신 희망을 보았다.
마음을 다해 주님께 외치는 이들의 소리는 마치 광야에서 주님을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는 목자들의 모습같았다. 지금도 나는 미사가 항상 기대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내게 미사의 큰 은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끔씩 사람들을 만나면 이렇게 얘기한다. "미사가 이 정도는 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