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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처음 입소한 장병들에게 힘든 것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두고 떠나왔다는 사실이다.
나도 신학교 2학년을 마치고 입대했을 때,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 가족들과 헤어지며 인사하는 순간이었다. 많은 부모들이 입소식 후 훈련소로 들어가는 아들의 마지막 모습까지 보려고 눈물을 흘리며 서 계신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부모들이 떠나면 곧바로 군복과 생활필수품을 받는다. 모든 것을 받은 다음,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군복으로 갈아입는데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던 옷이라서 굉장히 어색하다. 때론 치수가 맞지 않아 다른 동료와 교환해야 한다.
군복으로 갈아 입고 나면, 입고 왔던 옷을 정성스레 정리해서 상자에 넣고 부모님께 드릴 짧은 편지도 동봉하는데 마음이 여간 아픈 것이 아니다. 이제 자기 생활의 일부를 정리하고,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든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대 첫 주 훈련병들을 보면 입소 때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부모 잃은 어린 양처럼 어딘지 모르게 측은한 인상을 풍긴다. 그런 장병 모습을 보며 수녀님들과 나는 따뜻한 부모처럼 대해주고자 노력한다. 수녀님들이 군종수녀로 처음 발령받았을 때 훈련병들을 보고는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고 말씀하셨을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훈련병들이 첫 주에 성당에 오면 강론시간에 한 가지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들이 입대한 날의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유는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부모 품이 얼마나 은총의 순간들이었는지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는 부모들의 영상 편지를 보여준다. 부모들이 눈물을 흘리며 "아들아, 사랑한다! 건강하게 잘 지내길 기도할게"라는 영상이 나올 때쯤이면, 훈련병들은 참고 있었던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모두 눈물바다를 이룬다.
앞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도 짠하니 아프다. 미사를 봉헌하는 내내 진지한 분위기는 계속되고, 마음을 다해 기도하는 훈련병들 모습에서 주님 사랑이 전해지는 것을 체험한다.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주시겠다던 주님 말씀처럼 그 순간은 위로의 성령께서 작용하고 계심을 느낀다. 성체를 모신 다음, 나는 훈련병들에게 한 가지 다짐을 받는다.
"비록 이곳이 낯설고 힘들게 다가오겠지만, 가족들과 많은 이들이 기도하고 있음을 기억하면서 힘차게 나가자"고 말하면, 훈련병들은 성당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하고 응답한다.
새로운 다짐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이여! 정녕 주님의 복을 받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