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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멘토 사제] 김창린 신부, 호랑이 같은 아버지 신부님

최재용 신부(수원교구 수원대리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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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3일 김창린 필립보 신부(오른쪽) 영명축일을 맞아 김 신부 집에서 최재용 신부가 함께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제공=수원대리구청]
 

 사제들에게는 `아버지 신부님`이 있다. 신학교에 입학할 때 추천해주신 신부님을 말한다. 아버지 신부님은 여느 신부님보다 더 가깝다. 신학교 생활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데 큰 역할을 해주시고 사제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일깨워 주신다.
 그런데 나에겐 그런 신부님이 안 계셨다. 왜냐면 내가 다닌 천리본당은 어느 해엔 본당이, 또 어느 해엔 공소가 되기도 하는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역사를 갖고 있어서다. 천리본당이 용인본당 공소로 편입(1959년)될 때 소신학교(고등학교)에 가게 된 나는 안면도 없는 신부님께 추천을 받아 사생아 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신학교에 입학할 무렵 천리공소가 다시 본당으로 승격되면서 김창린(필립보, 현 원로사목자) 신부님이 부임(1962년)하셨다. 내가 어려워하면서도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김 신부님과의 인연은 47년 전인 이때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정식으로 본당 신부님을 모시게 된 설렘도 잠시, 신부님의 첫 인상은 호랑이같이 무서웠다. 그런 김 신부님이 나의 사람 됨됨이를 만들어 주기 시작하셨다.
 신자들을 대할 때는 신중하고 경건하게 처신하도록 일깨워 주시고, 신부님과 겸상해 식사할 때 식사예법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 무엇 하나 그냥 넘기지 않고 챙겨주셨다. 지금의 나의 행동거지가 그때 나름대로 다듬어졌음을 신부님께 감사드린다. 신부님은 가끔 나를 옆에 앉게 해 술도 함께 마셨다. 그럴 때는 사실 안절부절못하면서 더 긴장이 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술을 마실 때엔 정신이 더 또렷해진다. 음주 예법이 몸에 배도록 해주신 것도 신부님 덕분이다.
 이렇게 신부님과 조심스럽게 정을 쌓아 갈 무렵 신부님은 다른 본당으로 가시고 천리본당은 또 다시 폐지됐다. 나는 용인본당으로 적을 옮겼고 1970년 7월 용인본당 소속 사제로 수품됐다. 그때부터 김 신부님은 나를 여느 신부들보다 더 가까이 대해주시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내가 안양의 어느 본당에 있을 때의 일이다. 한번은 신부님이 내게 어찌나 호통을 치시는지 정신이 번쩍 든 적이 있었다.
 "큰 본당의 신부라는 사람이 젊은이들하고 저녁마다 포장마차에 가서 산다며? 이 사람아! 신부 체면을 생각해야지!"
 당시 내 나이가 37살 정도였으니 아무래도 젊은이 기질이 있었나 보다.
 신부님과 얽힌 일화는 많다. 이런저런 모임에 늦으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신부님의 한 말씀 한 말씀은 지금도 내 삶을 다듬도록 일깨워 주신다. 이러다 보니 `아버지 신부`가 누구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김창린 신부님"이라고 대답한다. 7년 전 신부님의 사제서품 금경축 행사 때도 아들 신부들이 나와서 인사를 드리는 순서에 나도 신부님 앞에 당당히 나가서 넙죽 절을 올렸다. 비록 의붓 아들이지만 김 신부님이 나를 여느 신부로 생각한 적이 없으심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신부님은 수원교구 원로사목자로서 사제들의 사표(師表)로 계신다. 내가 주변머리가 없어 신부님께 제대로 효도하지 못하고 있지만 신부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경하는지 신부님은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이제는 엄하신 신부님이 아니라 다정한 벗이 되신 사랑하는 신부님!
 사제의 해를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곁에 언제나 건강한 모습으로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이 불효자 의붓 아들은 두 손 모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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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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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아버지와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은총과 자비와 평화가 내리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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