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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멘토 사제] 오기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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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당부하신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고 살고 있다. 바로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9)는 구절이다. 이 말씀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한 사제가 떠오른다. 오기선(요셉, 1907~1990) 신부님이시다.
 나는 어렸을 때 오기선 신부님께 세례를 받고 성당에서 복사를 했다. 오 신부님 곁에는 늘 고아들이 있었다. 지금 사제인 나로서는 살기 어려운 그런 삶을 오 신부님은 사셨다. 오 신부님이 존경스럽다.
 나는 신자들과 함께 하루 꽃동네에 봉사하러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생각처럼 내 몸이 마음과 함께 움직이지 못함을 느꼈다. 내 손은 할머니에게 가 있지만 내 마음은 할머니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야 할 내 신분인데 전적으로 마음이 가질 않았다.
 오 신부님은 가난한 고아와 어려운 피난민들을 끌어안고 사신 분이다. 하루는 오 신부님이 밀가루를 싣고 대전 목척교 밑에 있는 걸인들을 방문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에겐 충격이었다. 하지만 오 신부님의 이런 모습은 현재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나의 사제 생활을 반성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오 신부님 강론은 참 재미 있었다. 재치 있고 신자들을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순교자 사료를 찾기 위해 프랑스 등 국외는 물론 국내 곳곳을 열심히 뛰어 다녔고, 순교지 방문 후에 글을 쓴 솜씨도 대단했다. 경향잡지에 실린 신부님의 순교지 방문 글들을 모아 내게 선물로 주셨을 때 가슴 뭉클했다. 재미있게 강론을 하고, 몸을 던져 헌신하신 오 신부님과 같은 삶을 살고 싶지만 그렇지를 못해 부끄럽다.
 오 신부님의 기도하시는 모습도 닮고 싶다. 신부님은 성당 제대 위에서 꼭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 나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오 신부님과 비교할 수는 없다. 특히 신부님의 성모 신심은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내가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파리에 오신 오 신부님은 나를 기적의 메달 성당에 데리고 가서 "이곳이 성모님께서 카타리나 라브레 수녀에게 발현한 곳이거든. 여기서 성모님께 사제 생활을 잘 할 수 있게 기도하면 도와주실꺼야"라고 하시면서 함께 기도해주셨다.
 오 신부님은 나를 신학교에 보내주신 아버지 신부님이기도 하다. 내가 사제품을 받은 후 첫 미사때 오셔서 "정수 신부, 새 사제 첫 강복을 주게나"하시며 내 앞에 무릎을 꿇으셨던 신부님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신부님이 하셨던 고아들을 위한 일에 참여하기로 하고 현재 고아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장학회 일을 돕고 있다.
 오 신부님은 모든 일을 확실하게 하셨던 분이다. 젊은 여성이 수녀회에 들어가겠다며 오 신부님을 찾아오면 처음에는 무조건 "안돼. 다시 생각해봐"하시며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 젊은 여성이 다시 오면 조금 누그러지고, 세 번째 찾아오면 추천서를 써주셨다. 신부님 추천을 받은 많은 수녀님들이 지금 수도생활을 잘하고 있다. 수도자의 길이 어렵고 힘든 길이기에 오 신부님은 이렇게 처음부터 시험하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나도 신학교나 수도회에 가겠다는 젊은이들에게 그런 방법을 쓰는 편이다.
 교회에서 주님의 뜻을 찾으며 아버지 신부님께 누가 되지않는 사제로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신부님 기일인 7월 30일에는 꼭 묘소를 방문해 미사를 봉헌하고 존경하는 아버지 신부님을 닮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오 신부님이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됐는데도 매년 기일에는 500명 이상 신자들이 묘소를 찾아 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니 이 또한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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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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