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 성월 특집 - 장기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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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김수환 추기경 선종 7주기를 맞아 진행된 장기 기증 캠페인에서 상담 받는 신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
①장기 기증, 왜 참여해야 하나
②교회 내 장기 기증, 어떻게 되고 있나
③장기 기증, 그 참여의 기쁨과 희망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시작인 죽음, 그 죽음을 묵상하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 성월.
2009년 2월 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각막 기증을 통해 모범을 보였고, 이후 교회의 장기 기증은 한동안 붐을 이뤘다. 하지만 이제 김 추기경의 삶과 모범은 잊히고,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도도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당신 살과 피를 내어주셨듯이 우리도 내어주고 이웃과 나눔으로써 그리스도를 본받자는 뜻에서 시작된 한마음한몸운동은 기도와 헌혈(장기 기증), 입양ㆍ결연, 헌미, 봉사 등 다섯 가지 실천 사항으로 구체화돼 28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를 기억하며 오는 2018년 30주년을 맞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장기기증센터와 공동 기획으로 성체성사의 삶을 실천하기 위한 장기기증운동에 교회가 왜 참여해야 하는지, 교회 내 장기기증운동의 현황은 어떠한지, 장기 기증 참여는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희망을 주는지 살핀다.
세상 떠난 자녀, 이웃에게 새 생명 선사
2013년 3월 30일. 송종빈(61)씨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당시 36세의 딸 아신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날이어서다. 사고 연락을 받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딸은 이미 상태가 아주 나빴다. 아이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지 나흘 만에 딸은 ‘뇌사’ 판정을 받았다. 조심스럽게 다가온 장기 기증 코디네이터의 장기 기증 안내에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대학에서 특수교육학을 전공한 데다 평소에도 늘 유기견을 돌보고 친구들을 배려하는 삶을 살면서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말해왔던 딸의 의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딸의 신장은 만성신부전으로 고생하던 20대 여성에게 이식됐다. 다행히 이식 수술은 성공했고, 그 뒤로 그는 한국장기기증원이 주선하는 행사나 인터뷰에 유족 대표로 적극 참여했다. 생명의 소리 합창단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장기 기증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식을 앞세우고 나서 ‘아버지, 정말 보람있게 여생을 살다 오셔야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그래서 저도 장기 기증을 하겠다는 서약을 했습니다. 장기 기증이 꼭 성사되도록 술을 끊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니다. 요즘 제 기도는 뇌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아울러 딸을 기억하며 강원도 정선 여량고등학교에 만든 아신문고에 책을 보내는 일, 지난 10월 설립한 아신장학회를 통한 장학금 전달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난 2014년 7월, 지주막하 출혈로 입원했다가 열흘 만에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를 기증한 아들 박준이씨의 엄마 임귀녀씨도 “생전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장기 기증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떠올려 그 약속을 지켜주기 위해 장기 기증을 실천했다”며 “우리 아들이 그랬듯이 저도 아들의 장기를 기증받은 분이 건강하기만을 매일 아침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분도 받은 생명을 잘 쓰다가 이 세상 떠나는 날, 또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대기 환자 2만 7000여 명, 기증자 2500여 명
그러나 장기 기증자 수는 대기자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 환자는 2만 7000여 명에 이르지만, 장기 기증자는 2500여 명에 그친다. 기증자 1명이 최대 9명을 구할 수 있는 뇌사 기증자는 전체 대기자의 2, 400여 명 안팎에 그친다. “장기 기증은 아주 축복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죽은 뒤의 장기 기증은 훌륭하고 칭찬받을 일이며 헌신적 연대의 표징으로 장려돼야 한다”(2296항)고 권고한다. 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회칙 「생명의 복음」 86항에서 “특히 칭찬할 만한 예는 윤리적으로 합당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장기 기증”이라며, 장기 기증은 사랑과 친교에 대한 우리의 본질적 소명을 표현하는 자기 증여의 행동이라고 강조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