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자활의 집 생활인들 서예 배우며 자신감·희망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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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 30일 미술대전에서 수상한 뒤 서예가로 거듭난 이들이 작품 앞에서 환히 웃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성룡 신부, 김권영, 김광호, 진영우, 장용은씨와 이정민 작가(앞줄). 이정훈 기자 |
“서예를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김광호씨)
“네댓 시간이고 열심히 글씨에 매진하다 보면 나를 찾고, 나아가 신앙과 영적 성숙까지 이루는 느낌이라니까요.”(진영우씨)
12월 30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갤러리에선 통일부와 (사)평화문화재단이 주최한 2016 통일미술대전 부문별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한글서예 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당선된 이들의 소감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서예로 특선과 입선을 수상한 노숙인들이었다.
당선자는 장용은(가브리엘,46)ㆍ진영우(요셉,39)ㆍ김광호(마르티노,40)ㆍ김권영(바오로,50)씨. 저마다 젊은 시절부터 수십 년 간 알코올 중독에 빠져 노숙생활로 하루하루를 버티다 노숙인 복지시설 늘푸른자활의 집에서 지내온 이들이다. 이들은 통일미술대전에 입상하면서 서예 작가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됐다.
늘푸른자활의 집(원장 배성룡 신부)은 2007년부터 이용자들의 자활과 자립을 돕고자 매주 서예 치료 프로그램을 해왔다. 이정민(엘리사벳) 작가의 지도 아래 길게는 5년 넘게 붓을 잡아온 이들이 올해 대회 수상까지 하게 된 것이다. 수상자들은 하나같이 서예가 자신감과 희망을 되찾게 해줬다고 말했다.
마음 닦는 마음으로 붓 잡아
오랫동안 술에 빠져 노숙생활을 해왔다는 장용은씨는 “서예가 목표를 이루는 데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얼굴을 닦기보다 마음을 닦은 지난 시간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최근 취직에도 성공한 장씨는 “회사 종무식을 마치고 시상식장에 왔다”며 웃어 보였다.
늘푸른자활의 집에서 ‘멋쟁이’로 불리는 진영우씨는 주기도문 작품을 출품해 수상했다. 그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씨를 쓰다 보면 ‘해보자’라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며 “포기밖에 몰랐던 제가 어느새 ‘새해엔 무엇을 해볼까’ 하고 실천할 거리를 생각하고 있더라”고 했다.
서예반에 늦게 합류했지만 재능을 보인 김광호씨는 “이제 술에 취하지 않고 먹에 취해 특기를 닦아나가고 싶다”고 했고, 가장 맏형인 김권영씨도 “지난 30년간 술과 도박에 빠진 제 삶을 돌아보고, 서예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희망을 말했다.
배성룡(그리스도수도회) 신부는 “홀로 힘겨운 생활을 해온 이분들이 아픔과 단절을 딛고, 자립을 넘어 가족과 하나 되는 최종 목표를 이루는 데 벌써 한발 다가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