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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다정한 기도, 꽃말은 주님 / 한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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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판차탄트라를 생각한다. 짐승들로부터 슬기를 배운 판차탄트라 이야기처럼 작은 것의 아름다움이 깊음을 깨닫게 된다. 고양이 움직임에서 봄을 보듯, 바람에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도 한 가락의 멋진 복음송이 될 수 있다.

‘디지털 메시아’를 말하는 오늘날, 그래도 참된 길은 따스한 아날로그, 우리 사람들 곁에서 생겨난다. 함부로 믿음을 버리는 포스트모던은 이제 다시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마음가짐이 되어야 한다. 기도에 담긴 서정은 늘 고운 시로 우리를 치유해 왔다.

해맑은 꽃들도 그림자는 어둡다. 위선과 위악은 닿아 있는 셈이다. 서로를 갸륵하게 여기는 너그러움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양말에 난 구멍, 우리의 발끝을 감싸 주다가 올올이 닳아도 사무침 없이 입을 벌려 방긋 웃는 듯한 모습이다. 그렇듯 가까이 머무르는 은총들을 발견하는 넉넉한 눈길을 지니고 싶다.

노란 참외를 깎다가, 참회를 떠올린다. 칼날이 스치고 거짓 같은 껍질을 벗겨내면 속내는 맑게 뽀얗다. 접시 위에 얹어 놓고 조심스레 갈라 보면 가득 들어찬 씨앗들은 오롯이 적어 둔 참회록으로 느껴진다. 십자가 없는 곳에서도 미물들은 성찰을 거듭하고 있다.

직설법의 시대다. 서로에게 겨누는 단어들이 마음을 베어 버린다. 이런 까닭으로 많은 이들이 부드러운 문학을 찾는다. 서정시의 부활이 일어난 것이다. 사람들은 살갑게 기댈 만한 온기를 바란다. 기도의 다정함이 모두의 벗이 되리라 가늠한다. 우리는 꽃답고, 우리의 꽃말은 주님이다.


한분순(클라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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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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