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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지역에 주거 시설 마련, 만성정신질환자 재활과 사회 복귀 도와
2008년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이 아가타(40)씨는 정신병원 입ㆍ퇴원을 반복하다가 2014년 ‘섭리가정’에 들어오면서 새 삶을 살게 됐다. 섭리가정은 그에게 삶의 전기가 됐다. 새로운 사회화 과정을 밟게 해줬고, 새 친구들을 만나게 해줬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어를 전공했던 그는 이제 인근 복지관에 영어 강사로 나가며 새 삶을 꿈꾼다.
만성정신질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주거제공시설 섭리가정(시설장 이옥자 수녀)이 19일 대전광역시 서구 관저리 신선마을아파트에 새 보금자리를 꾸리고 대전교구 사회사목국장 나봉균 신부 주례로 이전 축복식을 거행했다. 한국천주교회의 첫 정신질환자 공동생활가정으로 문을 연 지 15년째를 맞아 이전보다 넓은 191.7㎡ 크기의 주거공간을 마련, 정신질환을 앓는 회원들이 좀더 편안하고 안락한 환경에서 재활할 수 있게 됐다. 미사에는 교구 원로사목자 박재만 신부 등 사제 8명과 천주 섭리 수녀회 한국관구장 주영숙(데레사) 수녀 등 수도자 30여 명, 박경덕 한국정신건강간호사회장 등 120여 명이 함께해 섭리가정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섭리가정에는 현재 20∼40대 만성 정신질환 여성 8명이 살고 있다.
이옥자(아가타) 수녀는 “정신병원에서 오래 살다 보면, 세수나 머리 감기 같은 일상생활은 물론 은행이나 우체국 이용 같은 사회생활을 다 잊기에 3년간 일상생활과 사회 적응, 직업 재활 훈련, 약물과 증상관리 교육을 거쳐 사회로 복귀하게 된다”면서 “지금까지 총 98명이 거쳐 갔는데, 13명이 취업에 성공해 새로 출발했고 다른 분들도 한층 나아졌다”고 전했다.
나 신부는 미사 강론을 통해 “사람은 사람 때문에 힘들어지고 슬프고 아프고 절망하게 되지만, 또 사람 때문에 힘을 얻고 기쁘고 감동하고 희망을 얻는다”면서 “섭리가정이 어머니의 품이 돼 정신질환을 앓는 환우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전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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