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 강정마을 주민과 단체를 대상으로 제기한 34억여 원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철회했다.
정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 소송을 철회하는 내용의 법원 ‘강제 조정안’을 수용했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법부의 중립적인 조정 의견을 존중하고,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가 현 정부의 공약인 점 등을 고려해 갈등 치유와 국민 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법원의 조정 결정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은 강정마을에 대한 구상금 청구 소송 철회와 사법처리 대상자 사면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해군은 지난해 3월 제주기지 건설 반대 활동으로 공사가 지연돼 손해를 입었다며 강정마을 주민 116명과 5개 단체를 상대로 34억 5000여만 원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34억 5000여만 원은 해군이 시공사에 물어준 공사 지연 손실금 275억 원의 일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최근 “상호 간 일체의 민ㆍ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강제 조정안을 정부로 보냈다.
정부는 “소송이 지속되면 승패와 상관없이 분열과 반목은 심화하고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정부와 지역주민 간 갈등을 대화와 타협, 사법부의 중재를 통해 슬기롭게 해결한 새로운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13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정부 결정을 환영하면서 사법 처리를 받은 주민과 활동가들의 사면을 요청했다.
강 주교는 “공사 지연은 주민 대부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을 불법적으로 무리하게 강행하느라 발생한 일”이라며 주민의 뜻을 존중한 정부의 이번 결정을 반겼다.
강 주교는 “구상권 철회에서 그치지 않고 사법 처리를 받은 주민과 활동가들을 법적으로 사면해야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라면서 자신들의 사익 추구가 아니라 제주의 자연과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저항한 이들의 사면 복권을 촉구했다.
강 주교는 갈라진 강정마을의 공동체 회복과 관련해 “반대 입장에 선 상대방을 대결 구도로 보지 말고 같은 주민으로서 좀 더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평화 운동가들에게는 “군사기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참된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진정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리는 인내로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정률 기자 njyul@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