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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청년사목 대안 ‘청년해외봉사활동’ / 김민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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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필리핀 빈민촌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한 청년이 너무나 많이 변해 있었다. 어느 날 그 청년의 어머니가 필자를 찾아와 예전과 너무 달라진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봉사활동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 아들 때문에 그 집안은 조용할 날이 없었고, 가족들은 늘 아들 걱정으로 살고 있었다고 한다. 취직을 해서 자기 앞가림을 해야 하는데 세상 등진 채 외부와 차단하고는 자기 방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며 지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필리핀 봉사활동을 가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자 아들은 뜻밖에 선뜻 응했다. 봉사를 하며 현지인들과 영어 몇 마디 사용하는 경험 밖에는 없었지만 봉사활동을 다녀온 그 아들은 해외봉사 경험이라는 국제적 감각을 살려 평창동계올림픽 봉사 요원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여러 나라에 취업을 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아들의 어머니는 필리핀 봉사활동이 자기 아들에게 인생을 전환시키는 귀중한 기회였다며, 그런 기회를 마련해준 필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 어머니가 전해준 기쁜 소식에 필자 역시 함께 기뻐했고, 청년해외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수년간 꾸준히 운영해온 것에 보람을 느낀다.

필자는 본당 청년 사목 활성화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10여 년 전부터 청년해외봉사를 실시해왔다. 최근 청년들은 삼포세대, 수저계급론, 취준생 등의 용어만으로도 자신들의 위기감을 절실히 체험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취직을 하고 사회적 위상을 점했던 과거와는 달리, 무한경쟁시대에 청년들은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데 매우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미래와 마주 대하고 있다. 교회 역시 청년사목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들은 점점 사라지고 명목상 청년미사와 기존 몇 개 단체로 가까스로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2017년 교세통계를 보면, 전체 신자 수 대비 13 정도를 20대 청년이 차지하고 있어서 2008년에 비해 2 감소된 추세다. 교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청년들이 점점 줄어들고 사라진다면 교회는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필자는 침체된 현 청년사목을 살리는 대안 중의 하나가 청년해외봉사라고 믿으며 여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요즘 청년해외봉사활동은 몇몇 교구나 학교 혹은 기업에서 청년들을 모아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본당 차원에서 실시하는 청년해외봉사는 극히 드물다. 청년의 안전문제나 재정적 후원이 부담스럽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청년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부족한 탓이다.

청년해외봉사활동은 청년사목에 다양한 효과를 제공한다. 청년해외봉사활동은 본당청년사목을 활성화시키고, 청년들의 신앙을 고취시키며, 봉사정신을 심어준다. 또한 청년들에게 세계화 시대의 국제적 인식과 시야를 가지게 한다. 그 외에 여러 가지 부가적인 효과가 있다. 청년 스스로 주체성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자기들끼리 유대감을 쌓고 협동하면서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해주는 장이다. 더 나아가 청년들은 봉사를 통해 자신들의 삶 안에서 오랜 시간 좋은 영향을 받게 되어 살아가며 역경과 고난이 닥쳤을 때 헤쳐 나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청년들과 함께 해외봉사를 마치며 마지막 날 평가회를 가질 때 나누는 예식이 있다. 그것은 봉사활동에 참여한 자녀의 부모가 보내온 영상편지 혹은 손편지를 공개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면 이 예식을 통해 화해하기도 하고, 부모와 자녀의 끈끈한 정을 확인하는 기쁨과 치유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해외봉사를 다녀온 청년들은 이때의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자신의 인생관이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의 삶을 위해 돈을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데 매달렸는데, 이제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바람직한 청년사목이 아닐까? 본당마다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해외봉사를 체험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면 청년사목의 활성화는 물론 청년 각자의 인생관과 사고방식을 바꾸는데 크게 일조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민수 신부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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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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