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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용 신부(오른쪽)와 박문수 소장이 ‘수도자 노동인식 설문조사 보고서 발표’를 통해 국내 여성 수도자 노동실태와 인식 결과를 전하고 있다. |
사회복지 및 교육, 의료기관 등지에서 종사하는 여성 수도자들은 자신의 소임에는 대부분 만족하고 있지만, 과중한 업무와 실질적인 노무 교육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1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수도자 노동인식 설문조사 보고서 발표’를 통해 여성 수도자 노동 실태 및 인식 결과를 전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약 5개월에 걸쳐 전국 2인 이상 사도직 현장에 종사하는 여성 수도자 47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항목은 △노동과 노동조합 인식 △일터의 인간관계 및 직원 근무조건 인식 △노동, 가족, 여성의 관계에 대한 인식 △노동 현장의 보수 관행 인식 △가톨릭 노동에 대한 인식 등이다.
여성 수도자들은 ‘우리나라 노사관계 현실’에 대해선 전체의 62.7가 “나쁘다”고 봤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75.2이었다. ‘경영자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 내용 정도’에 대해선 “적절하다”(40.7)면서도 우리나라 노조 활동은 전반적으로 “강경하다”(69.9)고 답해 노조 활동에 대해 강성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여성 수도자들의 72.2가 현 소임에 만족해했다. 하지만 전체의 72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인력 및 재정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다. 봉사 정신과 책임감도 근로시간을 늘리고 있었다.
‘노동에 대한 학습 여부’에 관해서는 46.6가 “수도원에서 배웠다”고 답했으며, 34.5가 “교구 및 교회 기관에서 배웠다”고 했다. “배운 적 없다”는 답변도 21.8였다. 상당수 응답자(66.4)가 “노동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문수(프란치스코) 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소장은 “기관 관리자인 여성 수도자들은 대부분 희생과 봉사를 바탕으로 직원들과 ‘노사 관계’ 속에 어렵사리 일하고 있다”며 “‘가톨릭 사회교리’ 교육과 함께 사회의 노동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교회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수용 신부는 ‘사목적 제안’을 통해 “교회 기관은 규모가 크지 않고 인사 노무 담당이나 경영 전반이 모두 수도자의 몫인 경우가 많아 인사 노무 관련 지식과 고용과 임금에 관한 노동법 기본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사목위와 수도회 장상연합회가 공동으로 양질의 교육과 대안을 함께 모색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