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복녀 원불교환경연대 탈핵정보연구소장(맨 왼쪽)이 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탈핵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
폭염을 뚫고 한낮 서울 한복판에서 종교인들의 ‘탈핵 순례’ 행사가 열렸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불교환경운동연대, 원불교환경운동연대, 천도교한울연대 등 5대 종교계 환경단체들은 7월 26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탈핵 캠페인을 열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모인 참가자들은 땡볕 속에 성당을 출발해 유네스코회관까지 명동 한복판을 가로지른 뒤 다시 발길을 돌려 4호선 명동역까지 갔다가 성당으로 돌아와 순례를 마무리했다.
이들은 왜 하필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에 1시간 넘게 순례기도를 강행했을까? 이유는 딴 데 있지 않았다. 폭염 때문에 전기가 모자라 탈핵정책을 추진하던 정부가 ‘허겁지겁’ 원전을 재가동했다는 가짜뉴스에 속지 말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순례에 앞선 탈핵강연에서 김복녀 원불교환경연대 탈핵정보연구소장은 “일본이 핵발전소 가동을 멈춘 시기에 전력 예비율은 3에 그쳤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우리나라는 5∼6월에 20, 최근에도 7.7의 예비율을 기록하고 있어 더더욱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전기가 모자란 게 아니라 남아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원전 재가동은 허겁지겁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가동을 위해선 한 달가량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금방 재가동한 것처럼 거짓말을 늘어놓는 원전 마피아의 주장을 언론이 베껴 쓰는 건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주섭리수녀회 김영미(엘리사벳) 수녀도 “내가 편하면 된다고 해서 핵발전의 위험성을 간과하면 안 된다”며 “2만 명이 희생되고 오늘까지도 17만여 명이 피난생활을 해야 하는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더위에도 쪽방촌 사람들은 더운 바람이 나오는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데, 그분들은 염두에 두지 않고 전기를 펑펑 쓰고 24시간 에어컨을 돌리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전기를 쓰지 못하는 쪽방촌 사람들의 피땀이 우리를 편안하게 하고 있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온 생명과 함께 살기 위하여! 지금 탈핵’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순례는 천주교창조보전연대가 주관했다. 참가자들은 순례 중 시민들에게 탈핵 전단과 부채를 나눠 주며 전기절약 실천을 유도했다. 2016년 4월 시작된 서울탈핵길 종교인 순례기도는 지금까지 5대 종교계 환경활동가와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2년 4개월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