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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영유아를 위한 ‘아가책사랑’ 운동 / 김민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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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어린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태어난 아기의 인생을 책으로 시작하자는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에 착안하여 필자는 본당에서 ‘아가책사랑’(bookcaritas) 운동을 벌이고 있다. 본당에서 두 달에 한 번 토요일 오후에 유아세례를 실시하는데,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를 대상으로 유아세례 의미와 자녀 신앙교육의 필요성을 주지시킨 후 그림책이 들어있는 꾸러미에 대한 설명을 한다. 꾸러미는 본당에서 유아세례 받은 아이 부모에게 주는 선물이다. 엄마가 아기를 안고 눈을 마주하면서 소리 내어 성호경을 긋고, 그림책을 읽어주도록 안내한다.

부모와 아이 교육은 유아세례 때만이 아니라 매달 한 번씩 토요일 어린이 미사 후에 ‘아가책사랑’ 운동 후속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영유아를 위한 신앙 교육이 전무한 교회 현실에서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유아세례 이후부터 주일학교를 시작할 때까지 공백 기간을 메우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다행히도 최근에 교회는 영유아를 위한 신앙 교육에 눈을 뜨고 있다. 서울대교구와 의정부교구의 여러 본당에서 유아세례 전 교육을 수년 전부터 실시해왔는데, 유아세례의 의미와 중요성과 신앙 안에서 자녀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고 있다. 또한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유아부에서는 영유아 신앙 프로그램 영아기 1단계를 실시하여 태교모임 이후의 신앙교육을 실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영유아를 위한 신앙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보완해야 할 여지도 많다.

지금까지 교회는 유아세례 전 부모 교육이 없이 형식적으로 유아세례를 간단히 치러 왔고, 아이가 유아세례 받은 후 주일학교 입학 때까지 어떤 교육 프로그램도 시도한 적이 별로 없다. 부모가 자녀들의 신앙을 책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사목적 배려가 정말로 요구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 「현대의 교리교육」(1975)에는 “부모에 의한 신앙교육은 자녀가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68항)고 강조한 바 있다. 영유아 교육은 부모 교육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데 부모들의 신앙은 어떠한가?

사실 과거에 비해 0~4세 유아 영세자 수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4살 미만이 전 인구의 4를 차지하는 반면에, 본당 교적에 등록된 4살 미만 아이는 1에 불과하다. 낮은 유아세례율은 사회 전반적인 저출산율 현상에다가 최근 유행하는 비혼, 젊은 부모의 무관심 내지 자유로운 종교관에 기인한다. 부모들의 신앙이 깊지 않아 자녀들의 신앙에 대한 책임까지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최근 ‘신앙의 개인화’ 영향에 따른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신앙생활 습관에도 원인이 있다.

혼인 교리 수강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수강자 절반(55.1)만이 자녀에게 유아 세례를 주겠다고 답했고, 38.6는 자녀가 커서 결정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최근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교회는 젊은 부모들에 대한 신앙 교육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시대에 맞는 현실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위에서 소개한 ‘아가책사랑’ 운동은 부모가 영유아 자녀에게 신앙에 관련된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아가와 양육자 간의 친교와 소통수단이 되며, 더 나아가 영적 유산을 물려주는 계기가 된다.

사도 바오로는 자신의 영적 아들 중 한 사람인 티모테오가 혈육을 통해 신앙의 유산을 물려받아 훌륭한 교회 일꾼이 되었음을 상기시켰다. 티모테오는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할머니와 어머니의 믿음에 영향을 받아 성장해왔고, 그 믿음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든든한 믿음의 소유자가 되었다는 것이다.(2티모 1,1-8) 그 할머니와 어머니는 분명히 어린 티모테오에게 믿음의 조상들에 대해 스토리텔러 역할을 했을 것이다.

교회는 이제 유아세례로 영유아 신앙교육을 멈추지 말고 주일학교까지 이어지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의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영유아 신앙교육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주일학교에 어린이가 점점 없어진다는 염려와 불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민수 신부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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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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