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고 경건하게 미사를 집전하는데 스마트폰 소리가 울린다. ‘따르릉~’ 연달아 울리기도 하고 어느 때는 음악이 나오기도 한다. 어떤 어르신은 어찌할 바를 몰라 스마트폰을 들고 성당 밖으로 부랴부랴 뛰쳐나간다. 어떤 신자는 스마트폰 소리가 나는데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가만히 앉아 있어 주위 사람들의 빈축을 사기도 한다. 미사 집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신자들에게 분심이 생겨 미사 전례에 방해가 된다. 미사 중에 진동이나 묵음으로 된 모바일메신저이나 문자메시지가 오면 참지 못하고 체크하다보니 미사의 흐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과연 미사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좋은가?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스마트폰 보급률이 100로 일상화되어있다. 스마트폰은 선택이 아니라 눈과 손 안에서 뗄 수 없는 필수적인 문화이기에 교회도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서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예를 들어, ‘매일미사’ 애플리케이션은 가톨릭 관련 애플리케이션 중 45에 달하는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서, 미사시간대에는 동시 접속자가 2000명이 넘어 평균 한 본당에서 2명 정도 미사 시간에 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미사를 봉헌하는 셈이다. 그러니 무작정 성당에서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스마트폰 사용은 세대에 관계없이 신앙생활 전반에 걸쳐 이미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사목자와 신자 간, 신자들 간에 직접적인 소통보다 모바일메신저나 문자메시지 혹은 여타 SNS를 활용한 교회 정보 전달과 교류, 상호 이해와 친교, 교육과 상담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 역시 본당에서 사목위원들이나 단체장들, 혹은 신자들과 모바일메신저로 많은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본당 행사 프로그램 논의, 연령회의 장례절차와 연도시간, 각종 모임 안내, 상담 등을 수시로 체크하며 상호 빠르고 편리한 소통을 하고 있다. 얼마 후면 개통되는 본당 팟캐스트는 신자들 사이에 더욱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 안에 있는 다양한 교회 콘텐츠 역시 선교와 사목을 위한 적극적인 스마트폰 사용을 장려한다. 성경, 성가, 매일미사, 성무일도, 기도문, 주보, 전국 성지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있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있으면 매우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미사 중에 보면, 연세가 많은 분들일수록 매일미사나 성가를 책으로 아직까지 보고 있지만, 좀 젊은 세대일수록 애플리케이션을 선호하는 성향을 보인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인 「전례헌장」에 보면, “어머니인 교회는 모든 신자가 전례 거행에 의식적이고 능동적이고 완전한 참여를 하도록 인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14장)고 강조한 바 있다. 매일미사나 성가 애플리케이션이 더욱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미사 참여로 이끄는 보조수단이 된다면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스마트폰의 특징인 신속함, 간편함, 편리함 등의 유익한 점이 많지만, 미사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면 거룩한 마음과 집중력이 흐트러져 미사에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 특히, 전화, 문자, 혹은 모바일메신저 메시지가 올 경우에 “누구지?” “무슨 일일까?” 등의 복잡한 여러 생각과 함께 메시지를 보고 싶거나 문자를 보내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된다. 그러니 미사에 집중할 수 없게 하는 스마트폰 사용의 부정적인 면을 간과할 수 없다.
미사 중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순기능과 역기능의 이중성을 이해할 때 가부논쟁보다는 올바른 문화로 정착시키고, 더 나아가 새로운 교회문화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홍보주일 담화문에서 “현대의 디지털 기술을 통하여 현대 세계에 하느님의 현존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2010) 사목활동이 되도록 촉구한 바 있다. 일상화된 스마트폰 활용이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교회문화로 정착시키는 자체가 사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새로운 미디어 수용은, 프랑스 사상가 자크 엘룰이 말하듯이, 기술적 효율성이 아니라 보다 높은 수준의 그리스도교 윤리를 요청한다는 사실도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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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