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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교회는 대중문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 김민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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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대중문화의 지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두 가지는 방탄소년단(BTS)과 얼마 전에 종영된 SBS TV 드라마 ‘열혈사제’이다. BTS는 SNS 계정 운영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하여 K-pop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Love Yourself’ 월드 투어를 진행한 바 있고, UN에서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연설 메시지는 거대한 감동으로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청소년들이 겪는 갈등과 고민, 그리고 아픔에 공감하며 위로와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불확실하고 불공평한 현실에서 경쟁과 억압에 처한 청춘들에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들려주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집약되는 그리스도교 핵심 사상과 맥락을 같이 한다.

SBS TV 드라마 ‘열혈사제’는 통쾌한 히어로 드라마로서 22 최고 시청률을 내고 최근에 종영한 프로그램이다. 악을 응징하고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주인공인 열혈사제는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요원 출신답게 화려한 액션으로 시원하게 활약한다. 드라마에서 신부, 수녀, 성당 등 천주교를 주된 배경으로 한다는 면에서 종교적일 수는 있지만 내용을 전개하기 위한 소도구일 뿐이다. 긍정적인 면에서, 이 드라마는 비가톨릭 신자들에게 매우 가톨릭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복음적인 내용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악을 제거하고 정의를 세우는 방식이 폭력에 의존한다는 면에서 비복음적이다.

그리스도인이 추구하고 실천하는 복음적 가치관은 억압적인 힘과 폭력의 논리가 아니라 비폭력적 저항과 사랑의 힘에 의존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끈다. 최근에 종교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 그중에서도 가톨릭 사제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검은 사제들’, ‘손 the Guest’, ‘프리스트’ 등이 사제를 주인공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은 연속적으로 지상파를 비롯하여 종편 케이블 드라마들이 출현해왔다. 악과 맞서 싸우고 절제된 생활과 자기단련의 이미지, 그러면서도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살아가는 양심적인 성직자 모습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반영한다. 반면에 가톨릭의 왜곡된 이미지나 가톨릭의 외적 이미지의 소비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을 보인다.


대중문화는 삶의 다양한 이미지를 끊임없이 소비하면서 의미 생산을 위한 다양한 의미화 실천 과정이다. 이 과정에 자본과 권력이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지배·통제하는가 하면 적극적이고 능동적 소비행위를 통해 의미를 재생산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중문화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화를 도모하며, 오락과 즐거움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반면에 자본과 권력, 명예와 같은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시키고,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내용과 결과를 낳기 때문에 부정적이고 해악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교회는 이와 같은 대중문화의 이중성을 잘 인식해서 긍정적인 면을 선용하고 해악적인 면을 분별하고 걸러내는 ‘문화의 복음화’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대중문화를 홀대하면서 저급하고 퇴폐적으로 판단하여 신앙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간주하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다보니, 비판만 있을 뿐 대중문화가 쏟아내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전환하려는 노력이나 대중문화의 긍정적인 면을 선교나 사목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도 미약한 현실이다.


사실 대중문화와 그리스도교는 의미 경험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공통된 ‘의미 경험’이라는 문화를 통해 대중문화와 그리스도교 사이의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다. 대중문화의 영성은 하느님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리스도교 영성은 대중문화를 통해 의미 경험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침체되어 가는 청소년 사목이나 청년 사목이 대중문화와 접목하여 문화적으로 접근한다면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떠오를 것이고,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민수 신부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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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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