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구 육군 제7보병사단 칠성본당 주임 김상기 신부는 무척 바쁘다. 코로나19로 본당 미사 봉헌이나 장병들 모임이 중단되거나 제한 받고 있어서 시간 여유가 생겼을 듯하지만 실상은 더 바빠졌다. 김 신부가 찾아 나서는 ‘양들’은 오히려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김 신부는 7사단 구석구석을 방문해 소인원 미사와 면담, 교육을 진행하고 SNS를 활용해 본당 신자 공동체의 신앙 유지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 신학생 병사들에 각별한 관심, 군종병 성소 개발도
김 신부는 관할 부대 신자, 비신자 모든 장병들과 군가족을 사목 대상으로 하지만 특히 신학생들을 사제의 길로 이끄는 데 정성을 쏟고 있다. 김 신부가 신학생으로 군복무 하던 시절, 함께 군생활 했던 신학생 2명이 성소를 잃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마음 아팠던 기억이 있다. 이때 한 결심이 있다. “제가 군종신부로 활동하게 되면 신학생들이 성소를 잃는 사유가 ‘사제’라는 말은 듣지 않아야 된다는 다짐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7사단에 있는 신학생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때문에 성소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까지는 신학생 3명이 7사단 내에서 군복무 했고 현재는 2명이 전역하고 1명이 기간병으로 복무하고 있다. 올해 초 입대한 신학생 4명은 신병교육대에서 5주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각각 자대에 배치됐다.
“기간병 신학생과는 되도록 매주 만나려 하고 있습니다. 부대에 찾아가 신학생과 1대1 미사를 봉헌합니다. 힘든 일이 있는지,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는지 확인해서 부대장과 상의해 처리하기도 합니다. 신학생들이 신교대에서 훈련 중일 때는 주일 오후마다 방문해 간식을 주면서 미사를 함께 봉헌했습니다. 신학생들 인성교육은 제가 직접 맡아서 실시했습니다.”
김 신부는 성소를 찾는 군종병들도 각별히 돕고 있다. 미사에 매주 참례하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병사가 있으면 소속 부대(중대, 대대 등) 군종병으로 활동하면서 주변 병사들에게 선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이런 인원이 약 40명 정도 된다. 이 중 신학생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군종병들도 있다. “신학생이 되기 원하는 친구들에게는 한 번 더 찾아가면서 이야기를 듣습니다. 특히 전역 후에 해당 교구 성소국에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 소인원 미사 봉헌에도 감사
집단생활을 하는 군부대 환경상 정부 방역 단계가 변하면 가장 먼저, 아니 미리 선제 조치를 한다. 김 신부는 칠성본당뿐만 아니라 관할 공소 2군데까지 포함해 주일미사를 7대 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방역 단계가 2.5단계로 격상되는 순간 ‘방문 미사’로 5인 미만 참례만 가능해졌다. 김 신부는 “이 또한 감사할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일선 부대에서 미사를 위해 준비해 주는 것은 책상과 의자뿐이다. 본당에서 미사 봉헌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꼼꼼히 챙겨 가야 한다.
“5인 미만만 미사에 참례할 수 있기에 해당 부대 군종병을 중심으로 되도록 신자들만 초대합니다. 5인 이상 모이게 되면 미사를 두 번 봉헌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휴가는 물론 외출까지도 통제되고 있어서 병사들이 밖에서 사오는 간식을 저보다 더 반깁니다. 미사가 끝나면 휴가 가고 싶다거나 전역하고 싶다는 등 병사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SNS를 활용한 활발한 사목
김 신부는 대면 접촉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단 내에 밀접접촉자가 다수 발생하는 일이 있었고 큰 훈련까지 취소되면서 ‘사제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제일 먼저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기도’를 제작했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각 종단별 기도문도 수합해 밀접접촉자와 통제간부들에게 보내고, 개인적으로 믿는 종교에 따라 기도하도록 했다. 지휘관들과 병력 관리 간부들에게도 기도문을 보내 본인과 부대원 전체가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왔다. 모두 개인 SNS로 250여 명에게 일일이 보내는 데 반나절이나 걸렸지만 효과는 의외로 컸다. “신앙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 위기가 극복되면 꼭 성당에 나가겠다.” 등 감사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매주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봉헌하는 미사 영상, 김 신부의 강론이 포함된 공소예절과 주보도 100여 명에게 SNS로 보내고 있다. 토요일 오전 일정은 이것으로 할애한다. 신자 한 명 한 명에게 필요한 당부 이야기를 꼭 보내는 것이 대면 미사 못지않게 신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속 깊은 대화가 이뤄지는가 하면 갑자기 전화상담이 오기도 한다. “얼굴을 맞대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신자 각자의 신앙 상태와 고민거리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어 미디어를 활용한 신앙 면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김 신부는 “제 봉급과 본당 예산은 고스란히 병사들에게 향하고 있지만 주님께서 채워 주시는 기쁨이 더 크다”며 “저보다 더 바쁘게 활동하시는 군종신부님들을 위해 신자들의 기도와 응원,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