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수정 추기경

오늘 밤 10시 15분에 선종하신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의 선종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바로 1931년생으로 태어나시자마자 이 성당에서 세례성사를 받고 이 성당에서 미사 복사를 서고 첫영성체, 견진성사, 신품성사를 받으시고 청주교구에서 보직하시다가 서울대교구장으로 사목 생활을 하시다가 주님 품에 오늘 안기셨습니다.
이 세상에 주님의 자녀로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하시다가 주님 품에 안기신 것입니다. 미사 중에 정 추기경님을 하느님께서 당신 품에 받아주시어 이제는 고통과 이별 없는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히 행복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항상 신자들의 큰 사목자로서 교회 어른으로서 큰 발걸음을 남기셨습니다. 정 추기경님에게 보내주신 하느님의 크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정 추기경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가셨습니다. 또한 단순히 말이 아니라 당신 몸과 마음 전체로 고귀한 가르침을 실제로 보여주셨습니다. 옆에서 뵈었던 정 추기경님은 깊은 영성과 높은 학식과 부드럽고 고매한 인격을 소유하신 사제 중의 사제이셨습니다. 항상 겉으로는 엄격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소탈하시면서도 겸손하신 추기경님의 모습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을 슬프고 안타깝게 합니다.
나는 약한 이들을 얻으려고 약한 이들에게는 약한 사람처럼 되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몇 사람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사람들에게 보낸 그 편지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쓴 서한에 나오는 말씀, 정 추기경께서 주교품을 받을 때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을 사목 표어로 택하셨습니다. 서울대교구장에 은퇴하시던 날 미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이 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보면 제가 산 것이 아니라 제 안에서 주님께서 이끌어주시고 밀어주셨다는 것을 고백하게 됩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행복이 바로 하느님의 뜻입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 또 기도하고 기도하세요. 하느님은 우리가 언제나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십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이야말로 정말 행복한 삶이지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추기경님은 기회가 될 때마다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교구 사제단에게 김수환 추기경께서 아버지였다면 정 추기경님은 어머니와 같이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고 우리들을 품어주시고 교회를 위한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교회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선물로 주셨습니다. 장기기증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셨습니다. 정 추기경은 언제나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마음이었고, 또 자유로운 분이셨습니다. 우리 교회가 정 추기경님을 통해 배운 물질적 유혹에서 벗어나 영원한 가치를 지향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회닿는 대로 불쌍한 이를 도와주고 필요한 이들에게 나의 것을 나눠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평생 해야 할 일입니다. 사실 사람은 죽어 흙이 되어도 사랑과 선행은 영원히 남습니다. 현재 우리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은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 사랑은 마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통해 실현했던 그 사랑입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는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정 추기경님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강론과 말씀에서 이 사랑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 추기경님은 인간의 사랑과 존엄성 수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정 추기경님은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 존엄의 신성한 가치와 인간 사랑을 늘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셨습니다. 자신이 생명의 수호자가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셨습니다.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북한 형제들과도 화해와 일치를 소망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조건 없이 용서 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용서하고 상대를 받아들이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정 추기경님의 유지를 본받아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끌어안는 교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 입니다. 다시 한번 정 추기경님처럼 훌륭한 분을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정 추기경님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2월 21일 주일 밤늦게 병원에 가셔서 오늘 4월 27일 밤 10시 15분 선종하실 때까지 그 병실에서 투병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고통 중에서도 어떤 내색도 하지 않으시고 하느님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감명 깊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 저희 기도를 자유로이 들어주시어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주시고 남아있는 저희도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믿음의 말씀으로 서로 위로하며 살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