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한종씨 부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10년간 11억 원 기부 약정
손한종(오른쪽)씨가 ‘젬마장학기금’을 교구 사회사목담당 유경촌(오른쪽에서 두 번째) 주교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대표이사 황경원(오른쪽에서 세 번째) 신부에게 전달하고 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제공
하늘나라로 떠난 딸의 이름으로 부부가 장학기금을 마련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대표이사 황경원 신부)가 최근 조성한 저소득 대학생과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젬마장학기금’이다.
젬마장학기금은 지난 1월 딸 손 젬마씨를 떠나보낸 손한종(도미니코)씨 부부가 “가난하고 소외된 청년들을 위한 나눔으로 딸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나가고 싶다”며 기부한 금액으로 마련됐다. 장학금은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과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과 자립준비청년에게 지급될 계획이다. 시행은 내년부터다.
이에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11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 유경촌 주교 주례로 손젬마씨 추모 미사를 봉헌하고, 젬마장학기금 전달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손한종씨 부부는 올해와 2028년에 각각 4억 원, 그리고 2024년부터 10년간 매년 3000만 원씩 총 11억 원에 이르는 장학금을 기부할 것을 약정했다.
손씨는 “젬마장학기금 출연은 저희의 힘이 아니라 주님의 은총이고, 오로지 그분이 마련하신 길”이라며 “어려운 청년들에게 생애 한순간이라도 따뜻한 응원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장학금을 받는 학생 중 단 몇 명이라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 선한 영향력을 전해준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며 “일찍 떠난 저희 딸의 못다 한 시간을 그들이 대신 살아내는 것임을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경촌 주교는 강론을 통해 “우리의 신앙은 죽음 너머 영원한 생명에 있다. 그 영원한 생명을 예수님께서 몸소 십자가 죽음과 부활하심으로써 우리에게 보여주셨다”며 “장학기금을 통해 젬마 자매가 생전에 이 세상에서 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손씨 부부를 위로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대표이사 황경원 신부도 “가족을 잃은 슬픔에 많이 힘든 상황임에도 가난하고 소외된 청년들을 위해 장학기금을 기부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고인과 가족을 기억하며 항상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