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는 이웃에게 밥 한 그릇 내어드리는 작은 봉사입니다. 그 사소한 호의마저 절실한 이웃에겐 전부를 주는 것과 같죠. 제 작은 사랑에 이웃도 사랑으로 화답해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 속, 저는 주님을 알기 전부터 주님을 만났습니다.”
성남 안나의 집(대표 김하종 빈첸시오 신부)에서 지난해 7월부터 매일 노숙인 500여 명에게 식사를 나눠주는 봉사를 해온 청년 신상배(이냐시오·29·주교좌명동본당)씨의 신앙 고백이다. 신씨는 안나의 집에서 배식, 청소, 물품 운반 등 봉사라면 가리지 않고 기쁘게 실천해왔다. 당시 신씨는 종교는 없었지만, 이웃을 제 몸같이 섬기는 가톨릭 신앙에 이끌려 봉사 1달 만에 입교를 결심하고 올해 2월 세례받았다.
신씨가 스스로 봉사하고 신앙을 받아들인 건 안나의 집에서 소외 이웃에게 투신하는 김하종 신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접하면서였다. 처음엔 직장을 쉬는 참에 가끔 봉사할 생각이었지만, 김 신부의 일과를 함께한 날 선의는 열의로 거듭났다.
“이른 아침부터 ‘쉼터’(보호 생활시설) 아이들과 자활 노숙인들을 돌보고 두 차례 배식도 하십니다. 저녁엔 ‘아지트’(아이들을 지키는 트럭)로 달려가 가출 청소년들을 지키시죠. 예수님처럼 자신을 전부 내어주는데도 신부님은 오히려 기쁨에 충만하셨습니다. 저도 신부님처럼 주님을 믿고, 베풀수록 차오르는 기쁨 속 매일 봉사하려는 마음을 먹었죠.”
신씨는 신앙이 생기자 노숙인들에게 영적 위로도 주게 됐다. 가톨릭 청년들과 성경 묵상을 나누고 안나의 집에서 봉사하는 수도자들과 신학생들과 교류하며, 피상적인 연민과 달리 존재까지 치유하는 영적 베풂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이다.
봉사에도 더 열정이 붙었다. 신씨가 그간 안나의 집에서 봉사한 시간은 1110여 시간, 예비 신자 첫 달째인 지난해 8월 말엔 안나의 집에 500만 원을 기부했다. 안나의 집이 쉬는 주말은 명동밥집(센터장 백광진 베드로 신부) 봉사도 시작했다.
진정한 사랑은 상호적이기 때문이었다. 늘 환대해주고 수고하는 신씨에게 노숙인들이 편지를 쓰고 노래를 불러주고 어깨를 주물러주는 등 “주고받는 진심이 봉사의 원동력이 됐다”고 신씨는 전했다.
일부 만취 이용객이 급식소에서 폭력을 행사할 땐 회의감도 느꼈다. “진심이 박해로 돌아올 때 가장 상처 받는다”는 건 신씨뿐 아닌 모든 봉사자의 마음이다. 그래도 신씨는 그 상처를 통해 예수 수난을 묵상하며, 어려운 상황에도 좋은 몫을 택하는 극복의 힘을 얻었다.
김 신부가 심어준 ‘사랑의 불’처럼 ‘이냐시오(불)’로 거듭난 신씨. 김 신부를 통해 자신도 ‘사랑의 불’이 되었듯, 더 많은 사람이 봉사에 동참해 서로 불을 붙이며 사랑을 넓혀 나가길 희망했다.
“진심 어린 기도, 재능 및 소액 기부 등 사랑이 담긴 작은 실천이면 충분합니다. 베풀수록 우리도 가득 차고 이웃도 화답하는 사랑을 느껴보세요. 주고받는 기쁨 속 인간을 향한 우리 믿음과 영혼도 회복되리라 믿어요.”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