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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인식 개선 위한 책 번역하는 최유정·김헌용 교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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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딛고 무언가를 성취했다거나 장애인과 결혼했다는 사실이 특별하지 않은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번역을 통해 사람들에게 그런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요.”

최유정(실비아·36·서울 제기동본당)·김헌용(36) 부부는 지난해 말 「로스트 보이스 가이」를 번역 출간했다. 뇌성마비로 목소리를 잃은 영국 코미디언 리 리들리가 장애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뒤집는 신선한 농담을 가득 담은 책이다. 최씨가 기획과 감수를 맡고, 김씨는 장애인 번역팀 대표로 번역에 참여했다. 4월에는 의정부교구 예비신학생들과 북토크를 하고 ‘장애’ 이야기를 유쾌한 분위기 속에 나누기도 했다.

남편 김씨는 시각장애인이다.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서 선후배 사이로 만난 두 사람은 심안으로 서로의 아름다운 마음을 바라보며 사랑에 빠졌고 지난해 5월 결혼했다. 현재 최씨는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김씨는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부부는 외국어 능력이라는 탈렌트를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점자 정보 단말기와 오디오북 등을 이용해 번역을 하는 김씨는 “노력으로 이룬 것일 뿐 장애인의 인간 승리 스토리로 보지 않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그동안 장애인 관련 에세이와 장애 관련 자료들을 번역해 왔다. 최씨도 시각장애인이 주인공인 소설을 번역해 왔고, 비장애인과 장애인 커플의 이야기가 담긴 책도 번역을 준비 중이다. 모두 장애인을 평범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들이다.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유쾌하고 재밌는 내용들로 장애인의 삶을 보여주고 싶어요. 외국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열려 있고 장애인도 뭐든 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도 퍼졌으면 하는 마음이죠.” 이를 위해 두 사람은 ‘피아바나나’라는 독립출판사도 차리고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부부의 평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SNS 계정도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도 평범한 부부와 다를 바 없이 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면 이러한 사랑의 모습이 특이하다고 구분 짓지 않게 될 것 같아서다. “처음에 저희가 만난다고 했을 때 주변 반대가 많았어요. 하지만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밌고 평범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주위 인식도 바뀌더라고요. 특히 성당 친구들과 신부님들은 저희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오히려 힘을 줬어요.” 김씨도 그런 가톨릭교회의 분위기에 마음을 열고 최씨와 종종 미사 참례도 한다. 최씨가 참여하는 본당 청년 밴드 형제자매들과 성당 밖에서 밴드 활동도 함께한다. 두 사람은 이처럼 작지만 사소한 변화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차츰 바꿀 것을 믿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라는 말만 들어도 엄숙해지곤 하죠. 장애에 대해 자연스럽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해요. 장애인이 온전히 평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장애인의 특별함이 그저 여러 사람들이 가진 다양성 중 하나로 인식되기를 바랍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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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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