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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가난 속에서 홀로 전전긍긍 늙어가는 노모

남편·자식들 없이 홀로 지내는 신씨, 한 달 10만 원으로 지내며 영양 부족... 낡은 임대주택에서 쫓겨날까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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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연락이 끊긴 막내 아들 얘기를 하다 감정이 북받친 신현복씨가 본당 신자 품에 안겨 울먹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신현복(루치아, 84)씨는 평생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집안일을 내팽개친 부모 대신 어릴 적부터 동냥하며 동생들을 돌봤다.

하지만 그의 희생이 무색하게 동생들은 어린 나이에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잇달아 세상을 떠났다. 신씨는 슬픔을 눌러 삼키며 18살 때부터 가족을 부양하러 봉제공장으로 나갔다. 1년쯤 지났을 무렵, 막 퇴근했을 때 부모가 그를 웬 낯선 남자 앞에 불러 앉혔다. 어리둥절해 하자 “서방님에게 얼른 인사 안 하고 뭐 하느냐”며 불호령이 떨어졌다. “너와 달리 대학까지 나온 수재이니 입 다물고 얌전히 뒷바라지나 잘해라.”

강제로 생전 처음 보는 남자와 짝이 됐다. 결혼식도, 신혼여행도 없이 곧장 단칸방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남편은 허풍만 심하고 실속이 없었다. 사업이랍시고 벌이는 일마다 족족 실패로 끝났다. 벌어오는 돈은 없고 빚만 불어나는 심란한 나날이 이어졌다. 넷이나 되는 자식을 먹여 살리는 건 온전히 신씨 몫이었다.

식당 일이나 파출부 등 되는 대로 일거리를 찾았다. 그의 희생으로 자식들은 대학에 다녔다. 도움이 안 되던 남편은 마지막 사업이 망한 뒤 아예 집을 나갔다. 딴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녀들이 행복하게 잘살길 바랄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소망은 IMF 외환위기 여파로 산산조각이 났다. 자녀들은 잘 다니던 직장도 잃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 때문에 엄마 신씨는 지금도 수급비를 아껴 모으는 형편이다. ‘가난한 부모’라 늘 미안한 까닭이다. 한 달 생활비를 10만 원으로 빠듯하게 생활한 탓에 신씨도 영양부족으로 기력이 많이 쇠했다.

한편, 두 아들은 집을 나간 뒤 연락마저 끊겨 소식을 모른다. 큰아들은 이름 모를 외국으로 떠났고, 늦둥이 작은아들은 대학 졸업 후 종적을 감췄다. 어디 간다는 말도 없이 갑자기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이다. 신씨는 아들을 찾아 3년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서울 전역을 뒤졌다. 버스를 타고 가다 창문 너머로 아들 같은 사람이 보이면 곧장 뛰쳐 내려 미친 듯이 쫓아가기도 했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죽기 전에 한번은 볼 수 있을까.’ 얼마 전 실낱같은 희망마저 포기한 신씨는 가슴이 뚫린 듯 공허한 채 살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성당에 가서 기도에 매진할 뿐이다.

신씨의 가장 큰 고민은 ‘집’이다. LH의 도움으로 50년이 다 된 낡은 임대주택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 또 나가야 할 처지에 놓일까 봐 불안하다. 신씨가 쓸쓸한 눈빛으로 말했다. “제가 믿을 구석은 오로지 주님뿐이네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 기광서 마티아 (서울대교구 연희동본당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회장)

“신현복씨는 어렵고 딱한 형편에도 본당 활동과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적은 기초생활수급비로 임대료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 도움이 절실합니다.


※신현복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21일부터 27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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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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