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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아들의 나라 한국에서, 새 출발 하고 싶어요”

한국 남성과 이혼, 홀로 아들 키워... 월 소득 3~40만 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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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엘라씨가 전남편이 보내온 소장을 힘없이 바라보고 있다.

“제가 낳은 아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요?”

필리핀 출신 박엘라(33, 가명)씨는 10년째 홀로 한국에서 아들을 키우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이다. 마흔 살이나 차이 나는 남자와 행복한 새 출발을 꿈꾸며 가정을 꾸린 때가 2011년이었다. 당시 사업차 필리핀을 방문했던 남편과 우연히 만났고, 4개월 만에 결혼했다. 그러나 필리핀 현지에서 차린 신혼의 꿈은 시작부터 무너졌다. 남편이 신혼 때부터 외도를 일삼은 것이다. 심지어 배 속에 아기가 생긴 것을 알고도 1년간 연락을 끊고 잠적한 일도 있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하느님이 만들어준 가정을 깨고 싶지 않았던 엘라씨는 남편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도했고, 1년 후 남편은 겨우 돌아왔다.

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의처증이 생긴 남편은 끊임없이 엘라씨를 괴롭혔다. 작은 일도 알리지 않으면 금세 큰소리를 내곤 했다. 아들을 위해서도, 엘라씨 본인을 위해서도 새 출발이 필요했다. 엘라씨는 한국에서 지낼 것을 제안했고, 남편은 받아들였다. 그렇게 2014년 한국에 왔지만, 남편의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의처증은 여전했고, 생활비도 주지 않아 배를 곯는 일도 잦았다. 참다못한 엘라씨는 이듬해 이혼했다.

이혼 후 전 남편은 엘라씨가 한국 국적이 아닌 것을 문제 삼으며 양육권 소송을 제기했다. 어린이집에 있던 아들을 강제로 데리고 가버려 6개월 동안 아들을 못 만나게 했다. 2017년부터 이어진 기나긴 소송 끝에 엘라씨는 양육권을 인정받고 아들을 데려왔다. 하지만 전남편은 소송 결과에 불복해 항소를 이어갔고, 유책 배우자임에도 위자료를 청구하는 등 소송을 남발했다.

끝없이 이어진 재판에 엘라씨는 정신적으로 무너져내렸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생겨 하던 일마저 관두기 일쑤였다. 엘라씨의 현재 월 소득은 30~4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의료비·주거비로 지원받는 24만 원 가량을 제외하면 관공서에서 통역하면서 받는 몇만 원이 수익의 전부다. 전에 벌어둔 돈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한계 상황이다.

12살 된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국어 공부에 매진해 얼마 전 한국어 시험을 통과했는데, 예상치 못한 국적 취득 규정이 엘라씨의 발목을 잡았다. 국적 취득을 위해서는 적어도 3000만 원 이상 재산을 입증해야 하는 탓이다. 먹고 살기도 빠듯한 엘라씨에게는 꿈 같은 돈이다. “그저 아들의 나라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더는 바라는 것도 없어요.” 엘라씨는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아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후견인 : 방승란 가타리나(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칠곡군가족센터장)

“아들과 단둘이 사는 박엘라씨는 한국어 통역사를 꿈꾸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주님 보살핌 속에서 국적을 취득해 정착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박엘라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28일부터 6월 3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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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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